벤투-홍명보
파울루 벤투(왼쪽)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소통’을 외친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 최승섭, 김도훈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대표팀에서 일방적으로 소집하기보다 K리그 팀과 소통하는 장이 열리면 좋겠다.”

지난 16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전을 앞둔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은 작심한듯 말했다. 6명이나 축구국가대표 ‘벤투호’에 차출하게 된 홍 감독은 불과 사흘 전 포항 스틸러스 원정 경기 때만 하더라도 대거 대표 차출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승적 차원에서 많이 도와야 한다”고 했다. 그런 그가 공개적으로 축구국가대표 ‘벤투호’를 겨냥해 “소통하자”며 날 선 반응을 보인 건 왜일까.

벤투 감독은 오는 2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일본과 A매치 평가전(한.일전)에 나설 대표팀 소집 명단을 15일 발표했는데 전체 24명 중 14명이 K리거였다. 그리고 그중 42%에 달하는 6명(조현우 원두재 홍철 김태환 이동준 윤빛가람)이 ‘홍명보호’ 소속 자원. K리그1 우승 경쟁을 하는 팀이고 전폭적인 투자로 스타 선수를 보유한 만큼 다수 차출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러나 현재 K리그1 선두를 달리면서 리그 5연패에 도전하는 전북 현대에서는 1명도 차출되지 않았다. 반면 최전방부터 최후방 골키퍼까지 울산 주전 요원이 한꺼번에 차출된 만큼 홍 감독을 비롯해 코치진과 구단 프런트는 민감할 만했다. 지금은 코로나19 변수까지 존재한다. 한.일전을 마친 선수들은 파주NFC에서 일주일간 코호트 격리를 한 뒤 울산에 복귀한다. 내달 3일 성남FC와 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대표 차출 선수들은 정상 컨디션으로 임하기 어렵다.

단순히 대규모 차출 때문에 홍 감독이 벤투호에 민감하게 반응한 게 아니다. 벤투 감독은 코로나19 변수로 일부 유럽파 선수 차출이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국내 선수를 대거 불러들였다. 그리고 선발의 가장 큰 기준으로 제시한 건 ‘최근 경기력과 컨디션’이다. 이 지점에서 홍 감독은 홍철 선발에 의문부호를 매겼다. 홍철은 부상으로 올 시즌 개막 이후 제대로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지난 포항전에서도 경기력이 저조했고, 이날 제주전엔 출전 엔트리에서 아예 빠졌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홍철을 박주호와 더불어 왼쪽 풀백 요원으로 대표팀에 호출했다. 홍 감독은 “대표팀에서 홍철이 몇 경기 뛰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판단하겠으나, 홍철의 상태는 우리가 정확하게 안다. 미리 (대표팀과) 조율이나 협의가 됐다면 홍철이 뽑히지 않았을 텐데, 그런 과정이 없었던 게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 여러 전문가는 홍철이 현재 대표팀에 갈 만한 몸 상태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오히려 대표팀에 소집된 적이 있는 이주용(전북)을 뽑지 않은 것에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포토]정적만 흐르는  벤투 감독과 코치들
강영조기자

물론 대표팀의 선수 선발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벤투 감독은 ‘전북 0명 차출’에 대해 “우리가 추구하는 축구, 원하는 경기, 결과를 얻기 위해서 이 멤버가 최선이었다”며 별다른 의도가 없었음을 설명했다. 하지만 대표팀 사령탑은 구단 사령탑, 코치진과 잦은 소통으로 서로가 원하는 것을 나누고, 신뢰를 쌓는 ‘협력 관계’가 돼야 하는 게 사실이다. 벤투 감독은 자신의 권한대로 대표 선발을 했을 뿐이지만, 구단에서 볼 땐 여러 가지 오해의 소지를 남길만했다. 홍철만 해도 과연 그가 제시한 ‘최근 경기력과 컨디션’에 부합한 선발이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홍 감독은 청소년부터 A대표팀까지 사령탑을 지냈고, 울산 합류 전 대한축구협회(KFA) 전무이사직으로 행정까지 도맡았다. 즉 대표팀에 관한 사항이라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도울 축구인이다. 그러나 그런 그가 벤투호를 겨냥해 소통 부족을 꼬집은 건 객관적으로 볼 때 문제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KFA 차원에서 벤투 감독과 각 구단의 소통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과거 외인 사령탑은 비정기적으로 K리그 감독과 만났다. 직전 사령탑이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지난 2014년 12월9일 당시 이용수 기술위원장 주재로 K리그1 사령탑과 오찬 자리를 하며 주요 선수의 평소 훈련 방식이나 컨디션을 묻기도 했다. 구단과 선수만의 방식을 이해하면서 대표팀에 이식하려는 노력도 보였다. 다만 벤투 감독 부임 이후엔 공식적으로 K리그 사령탑과 만난 적이 없다. 대표팀 사령탑과 자국 리그 사령탑은 수직적 관계가 아닌 한 나라 축구 발전을 위해 서로 조력해야 하는 관계다. 대표 선수가 많은 빅클럽 구단과 관계라면 더욱더 그렇다. 그런 점에서 KFA의 치밀한 가교 구실이 요구된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