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김자영기자] 현대백화점이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2030세대 직원들을 위해 ‘비대면 보고 문화’를 도입한다. 특유의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한 현대백화점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함에 따라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백화점은 결재판을 없애고 비대면으로 모바일 통해 5~6줄의 문장으로 결재 문서를 대체하는 ‘사내 보고(報告) 문화’ 실험에 나선다고 19일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이를 위해 2만여 개의 결재판을 폐기하고 이달부터 사내 온라인, 모바일 그룹웨어(업무관리 프로그램) 내에 새로운 방식의 전자결재 시스템인 ‘간편 보고 시스템’을 도입한다. ‘간편 결재’와 ‘보고톡’으로 구성된 간편 보고 시스템은 디지털 기기 활용에 능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 출생)직원들을 위해 기존 PC는 물론 모바일을 통해서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간편 결재의 경우 품의서나 내부 공문, 근태원 등 기존에 사용되던 결재 문서 양식 대신 5~6줄의 간단한 문장만으로 보고할 수 있다. 간편 결재 버튼을 누르면 일반 메신저의 ‘쪽지 보내기’ 기능처럼 결재받을 사람과 제목, 내용을 적는 입력창만 열린다. 불필요한 내용을 넣지 않고 핵심이 되는 내용만 입력하면 되기 때문에 보고 문서 작성에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간편 결재는 허례허식 보다는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MZ세대의 특성을 반영해 이들이 보고서 양식을 채우는데 소비하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업무 본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도다. 이번 간편 보고 시스템 도입으로 460여 개의 기존 보고서 양식을 간편 결재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면 보고 축소를 위해 업무 내용을 비대면으로 보고하거나 공유할 수 있는 ‘보고톡’ 기능도 도입한다. 결재가 필요 없는 내용 등을 일과시간 중 팀 내에 전달하고 공유하는 일종의 ‘팀 공유 대화방’으로 전달된 내용에 대해 수시로 공유하거나 확인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재택 근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 공유 등 직원들간 소통을 독려하고 개인 SNS 메신저와 업무 메신저를 분리해 직원들의 사생활도 존중하기 위한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이 ‘간편 보고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MZ세대 직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형식 위주의 대면 보고 대신 MZ세대 직원들의 성향이나 눈높이에 맞춰 ‘보고 문화’를 새롭게 재정립하기 위해서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현재 전체 직원의 약 80%가 MZ세대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보고 문화 개선은 기존 톱다운(Top-down) 방식의 수직적 조직문화에서 MZ세대가 기탄없이 의견을 낼 수 있는 바텀업(Bottom-up) 방식 기반의 수평적 조직문화로 나아가기 위한 첫 단계다. 보고 문화 개선 뿐만 아니라 MZ세대 중심의 유연하고 민첩한 조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ou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