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힘찬병원 이광진 원장_신경외과 전문의
창원힘찬병원 이광진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제공|힘찬병원

[스포츠서울] 다른 병원에서 거북목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수개월 동안 치료를 받았는데 양어깨로 이어지는 방사통이 도통 낫지 않고 팔의 근력이 자꾸 떨어져 내원한 환자가 있다.

“제가 거북목이 맞나요? 맞다면 대체 거북목은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요?”

환자는 열심히 치료를 받았는데도 여전히 통증이 심해 많이 지치고, 한편으로는 과연 거북목이 맞는 것인지 의심하는 눈치였다.

MRI 정밀 검사를 해 볼 필요가 있었다. 엑스레이만으로는 목의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MRI 검사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검사를 해보니 경추부 추간판 탈출증 소견이 보였다. 흔히 얘기하는 목 디스크인 것이다.

목 디스크가 많이 돌출돼 신경근을 누르고 있으니 양어깨가 아프고 팔이 저리고 근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환자는 돌출된 디스크를 제거하고 위아래 목뼈를 안정적으로 고정시켜주는 ‘경추전방유합술’을 받고 수개월 동안 그를 괴롭히던 증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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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레이에서는 알 수 없었던 목디스크 MRI영상. 제공|힘찬병원

이 환자의 경우 거북목 자체가 원인이 아니라 경추의 퇴행성 질환으로 인한 신경근 압박이 주된 원인이었다. 그럼에도 거북목 치료만 받았으니 증상이 좋아질리 만무했다.

현대인들이 거북목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보면서 보낸다. 눈높이 아래에 있는 모니터나 스마트폰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목을 앞으로 빼게 된다. 즉, 머리가 어깨보다 앞으로 빠져 있는 자세를 취하게 되는데, 이 자세를 오래 취하면 거북목이 되기 쉽다.

원리적으로는 머리가 1센티미터 앞으로 갈수록 목뼈에는 2~3킬로그램의 하중이 더 걸린다. 많게는 15킬로그램까지 목에 하중이 걸리기 때문에 그만큼 목과 어깨의 근육이 긴장되고 피로가 누적된다. 또한 거북목이 되면 두통, 수면장애, 피로감 등으로 일상생활의 리듬이 깨지지 쉽다.

거북목을 가진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목통증을 호소한다. 이는 흔히 목이나 어깨의 근육통이나 근막 통증 증후군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거북목 때문에 목이 아플 경우 통증 부위에 약물치료, 통증 유발점 주사나 체외 충격파 등으로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자세 교정도 중요하다. 거북목을 불러온 고개를 앞으로 빼고 컴퓨터나 모니터를 보는 습관을 교정해야 거북목으로 인한 통증을 줄이고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이처럼 거북목으로 목이나 어깨가 아플 경우에는 적절한 보존적 치료와 자세교정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이 환자처럼 거북목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인해 통증이 발생한 것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원인이 다른데 있으니 거북목 치료를 백날 해봐야 오히려 상태가 점점 더 악화될 수 있다.

외관상으로 거북이처럼 목이 어깨보다 앞으로 빠져 있고, 목과 어깨가 아프면 거북목부터 의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말 거북목인지 확인해보아야 한다. 목이 아파 병원에 가면 기본적으로 엑스레이를 찍는다. 엑스레이는 뼈의 구조적인 상태만을 보여주면서 이를 통해 경추에 다른 이상징후는 없는지, MRI 정밀 검사가 필요한지를 판단할 수 있다. 엑스레이를 통해 거북목은 판단할 수 있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때에 따라 MRI검사가 필요하다.

단순히 거북목이어서가 아니라 경추에 추간판 탈출증 혹은 협착증이 있어 아픈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따라서 외관상으로 거북목이 분명해도 병원에서 엑스레이 검사와 필요한 경우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통증의 원인이 거북목이 아닌 다른 경추질환에 있는 경우 거북목을 교정하는 것으로도 효과도 정확하지 않고 상태를 악화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검사와 올바른 진단만이 하루라도 빨리 통증으로부터 자유로워수 있는 길임을 잊지 말자.

<창원힘찬병원 이광진 원장(신경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