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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40대 주부 A씨가 2주일 전쯤 주방 상부 수납장 꼭대기에서 그릇을 꺼내려다 허리를 삐끗했다. 순간 마치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찌릿한 통증이 발생했다. 평소에 허리 통증이 있었지만 좀 쉬면 금방 괜찮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통증은 점점 심해져 허리뿐만 아니라 왼쪽 엉덩이부터 발끝까지 당기면서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지속됐다.
예삿일이 아니란 생각에 부랴부랴 집 가까이에 있는 병원과 한의원을 찾아 물리치료와 침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받을 때는 시원한 느낌이 들며 좋아지는 듯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매일 치료를 받는데도 통증이 가라앉기는커녕 더 악화되자 MRI 검사를 받았다. 병원에서는 디스크가 많이 삐져나와 수술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했다. A씨는 막상 수술하자는 얘기를 들으니 두려워 다른 치료법이 없는지 필자를 찾았다고 한다.
환자가 가지고 온 MRI 사진을 보니 디스크가 터져 신경을 심하게 압박하는 상태였다. 필자의 판단 역시 수술이 불가피해보였지만 환자는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 극심한 통증 때문에 밤에는 잠도 잘 못 잘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수술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가득했다.
대부분 환자가 수술을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과 부작용 때문이다. 수술을 해도 기대했던 좋은 결과는 얻지 못하고 합병증과 부작용에 시달린다면 당연히 수술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사실 척추수술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허리통증은 수술을 하지 않고도 휴식이나 약물치료, 물리 치료, 주사 치료, 운동치료 등 보존적 치료로 좋아질 수 있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도 환자에 따라 신경성형술 등 시술로 호전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보존적 치료나 비수술치료만으로 모든 병을 치료할 수는 있으면 좋겠지만 수술로 통증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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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의학이 발전하면서 안전하면서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수술법이 등장하고 있다.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법도 그 중 하나다. 내시경 수술 이전에는 현미경을 이용한 수술을 많이 했다. 현미경 수술은 환부를 길게 열어 탈출하거나 돌출된 디스크나 두꺼워진 황색인대를 제거했다. 반면 내시경 수술은 절개 부위가 1㎝ 미만이다.
또한 병변을 아주 가까이서 카메라로 관찰, 작은 혈관이나 신경까지도 확대해 자세히 보면서 치료할 수 있어 안전성이 크게 높아졌다. 허리가 심각하게 변형된 경우가 아니라면 디스크 질환이나 협착증은 대부분 내시경 수술을 적용할 수 있다.
내시경 수술은 절개 부위가 아주 작기 때문에 근육 손상이 적고 수술 후 회복이 빠르다. 통증도 적고, 상처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아 미용적으로도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무엇보다 감염 위험이 적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감염으로 인한 골수염은 척추 수술 후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합병증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내시경 수술은 일단 상처가 작고 수술 도중 계속 물로 환부를 세척하면서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나 실제로나 감염 확률이 적다.
환자분은 내시경 수술 방법을 자세히 듣고 수술하기로 결정했다. 다음날 바로 수술을 하였는데 결과가 아주 좋았다. 수술 후 왼쪽 엉덩이부터 발끝까지 뻗치던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며 좋아했다. 일부 저림 증상은 남아있었지만 이는 신경이 눌렸다가 풀리면서 나타나는 자연적인 현상으로 시간이 경과하면서 점점 더 호전됐다. 수술 다음날 환자는 바로 퇴원해 곧바로 일상생활에도 복귀할 수 있었다.
“허리수술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들었다는 환자분들이 꽤 많다. 당연히 함부로 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피해서도 안 된다. 수술이 필요한데도 장기간 허리디스크를 방치하면 보행에 문제가 생기거나 영구적인 후유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무작정 수술을 미루지 말고 주치의를 믿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했으면 한다.
<목동힘찬병원 김민규 원장(신경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