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힘찬병원 최수용 원장_신경외과 전문의
강북힘찬병원 최수용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제공|힘찬병원

[스포츠서울] “허리를 굽혔다 펼 때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파요.”

60대 남자 환자가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했다. 다리는 아프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아프긴 하지만 허리만큼 아프지는 않다고 한다. 흔한 척추질환 중 하나인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은 보통 허리보다 다리가 더 아프고,허리부터 다리까지 뻗어나가는 방사통이 특징이다. 그런데 환자의 경우 다리보다 허리가 더 아프다고 하니 허리디스크가 아닌 다른 척추질환이 의심됐다.

통증의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우선 엑스레이 촬영을 했다. 엑스레이 사진을 보니 허리 척추뼈가 앞으로 밀려나있는 전방전위증을 보였다. 또한 허리를 굽혔다 펼 때 척추의 배열이 과하게 움직이는 불안정성도 관찰되었다. 척추전방전위증과 척추 불안정성이 함께 있으니 허리를 굽혔다 펼 때마다 통증이 심할 수밖에 없었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척추뼈 사이의 관절과 디스크가 불안정해져서 척추뼈가 정상 위치보다 앞 혹은 뒤쪽으로 이동해 허리통증과 다리저림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어긋난 척추뼈 자체의 구조적 문제로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신경구멍이 좁아져 증상이 유발된다.

왜 척추뼈가 앞으로 움직인 걸까? 원인은 다양하다. 선천적으로 척추관절의 일부가 결손된 척추분리증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다. 간혹 척추분리증이라고 하면 척추뼈와 척추뼈가 완전히 끊어진 상태를 상상하는 분들이 많지만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는 별 문제가 없고 척추뼈의 앞과 뒤를 연결하는 부위가 끊어져 분리된 질병을 말한다. 이러한 척추분리증으로 척추관절이 불안정하게 되고 척추뼈가 앞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후천적인 요인도 있다. 반복적으로 척추 관절에 자극이 가해지면 척추뼈에 피로가 쌓이면서 골절이 되어 척추분리증이 발생할 수도 있고 척추후관절의 약해짐으로 척추가 정상적인 위치에 고정이 안되어 앞으로 이동하게 되는 퇴행성 척추전방전위증이 발생한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척추관협착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척추신경을 자극하여 허리통증과 함께 다리로 뻗치는 통증이 발생한다. 다만 차이점은 다리통증보다 허리통증이 더 심하다는 것이다.

척추전방전위증 엑스레이
척추전방전위증 엑스레이. 제공|힘찬병원

진단은 다양한 자세에서 엑스레이를 촬영해 척추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기본이다. 여기에 MRI와 CT를 이용하여 척추신경, 뼈 그리고 척추관절의 상태를 평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종합적인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한 후 환자 상태와 증상에 따라 치료 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증상 및 상태가 가벼운 경우에는 약물치료와 함께 근육운동을 하게 된다. 일부 통증이 심한 환자는 신경성형술같은 시술을 통하여 통증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움직일 때 뼈의 배열이 많이 어긋나고 신경이 많은 압박을 받는다면 약물치료나 시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럴 경우 척추뼈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것을 고정시켜주는 유합술이 필요하다.

60대 환자의 경우도 전방전위증 및 불안정으로 척추뼈와 척추뼈를 고정시키는 유합술(나사못 고정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수술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으로 쉽게 결정을 하지 못했다. 이 환자뿐만 아니라 상담을 하다 보면 나사못 고정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최소한의 절개만으로 수술이 가능한 ‘최소침습수술법’이 널리 사용되어 절개부위는 절반 이하로 작게 하고 근육과 관절의 적은 손상과 빠른 회복으로 환자의 부담이 줄어들었다.

수술의 안전성과 효과를 차근차근 설명하자 환자는 바꾸고 수술을 하겠다고 하였다. 수술 후에 회진을 가니 환자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원장님. 이렇게 통증이 빨리 줄어드는 걸 알았다면 더 빨리 수술했을 거예요.”

좋아하는 환자를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지만 “방심하지 말고 열심히 관리할 것”을 당부했다. 수술로 통증이 줄었어도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척추를 힘들게 하면 또 다시 허리가 아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술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 척추전방전위증으로 허리가 아프면 바로 전문가와 상담하여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고 관리하면 오랜 시간 고통 받지 않을 수 있다.

<강북힘찬병원 최수용 원장(신경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