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시작 전 리버풀의 라커룸. 출처 | 리버풀 트위터
축구에서 등번호가 도입된 것은 1928년으로 알려져 있다. 8월25일 셰필드 웬즈데이-아스날, 첼시-스완지 시티전에 시범적으로 실시된 등번호 제도는 1933년 에버튼과 맨체스터 시티의 FA컵 결승전에서 사용된 것이 공식전 최초였다. 이후 1937년 스코틀랜드-잉글랜드전에서 A매치 최초로 등번호가 등장했고, 월드컵에서는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처음 사용됐다.
초창기 등번호는 매우 단순했지만 시대를 거듭하면서 각 포지션의 특징과 선수들의 상징이 됐다. 예를 들면 최근 리버풀로 이적한 마리오 발로텔리는 대표팀을 제외하고 45번을 선호한다. 이는 4+5가 스트라이커를 상징하는 9번이기도 하고, 45번을 단 뒤부터 골을 많이 넣었기 때문에 ‘행운의 번호’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선수들마다 특정 등번호에 대해 애착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스포츠서울이 몇 가지 재미있는 등번호 이야기를 준비했다.

1+8번을 등번호로 쓴 이반 사모라노. 출처 | 90s football 트위터 캡처
▲ 호나우두에게 9번을 내준 이반 사모라노, 그의 기발한 생각은?
1990년대 칠레를 대표하는 공격수였던 이반 사모라노는 레알 마드리드와 인터 밀란 등에서 활약하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그는 인터밀란에서 뛰던 당시 FC바르셀로나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이적한 호나우두에게 9번을 내줬다. 사모라노는 은퇴가 가까워지는 시기였고, 호나우두는 그야말로 ‘괴물’로 불리는 때였다. 구단 입장에서는 당연히 호나우두가 9번을 달기를 원했고, 사모라노에게 9번을 대신해 18번을 권유했다.
스트라이커의 상징인 ‘9번’을 뺏길 처지에 놓인 사모라노는 한 가지 재치있는 생각을 해났다. 1과 8사이에 ‘+’를 넣은 것이다. ‘1+8’은 9번이기에 사모라노는 18번을 달면서도 9번을 쓰게 됐다. 진짜 9번을 단 호나우두는 맹활약을 펼치며 자신에게 번호를 양보한 사모라노에게 부응했고, 사모라노 역시 1+8번이라는 등번호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등번호 80번을 달고 있는 호나우지뉴. 출처 | 호나우지뉴 트위터
▲ ‘외계인’ 호나우지뉴, 등번호 80번은 자신의 출생년도에서 따온 것?
‘축구의 神’이라 불리는 리오넬 메시가 FC바르셀로나의 에이스로 군림하기 이전에는 호나우지뉴가 있었다. 호나우지뉴는 보고도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플레이를 선보이며 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메시에게 자리를 내준 호나우지뉴는 AC밀란으로 이적한다.
AC밀란으로 이적한 호나우지뉴는 등번호로 80번을 선택했다. 그가 80번을 선택한 이유는 그의 출생년도가 1980년이기 때문이다. 호나우지뉴의 이런 선택은 같은 팀 동료가 되는 안드레이 세브첸코와 마티유 플라미니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1976년생인 세브첸코는 76번을 달았고, 1984년생인 플라미니는 84번을 선택했다.

등번호 23번을 받고 있는 베컴. 출처 | 베컴 페이스북
▲ ‘7번의 아이콘’ 베컴이 23번을 달게 된 까닭은?
수려한 외모와 아름다운 오른발 프리킥의 대명사로 알려진 데이비드 베컴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서 등번호 7번을 쓰면서 ‘7번의 아이콘’이 됐다. 맨유에서는 조지 베스트, 에릭 칸토나 이후 베컴이 7번을 달면서 에이스를 상징하는 번호가 됐다. 다른 팀에서도 7번은 그 팀의 핵심이라 불릴 만큼 중요한 등번호가 됐다.
영원히 맨유에서만 뛸 것 같았던 베컴은 알렉스 퍼거슨 前 감독과 불화를 일으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7번은 클럽의 상징인 라울 곤잘레스였다. 이에 베컴은 23번을 선택했다. 베컴이 23번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는 농구계의 전설인 마이클 조던의 번호였다는 것과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사망한 1616년 4월23일과 연관있다는 것, 부인 빅토리아 베컴이 추천했다는 설이 있다.

32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들고 있는 베컴. 출처 | 베컴 페이스북
레알 마드리드와 LA갤럭시에서 23번을 달고 활약한 베컴은 AC밀란 임대 시절과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보낸 파리 생제르맹에서는 등번호 32번을 받았다. 23번을 거꾸로 했다는 이야기 등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하지만 베컴은 “팀에서 처음 제안받은 번호였고, 바로 승낙했다”고 설명했다.
장우영기자 elnino8919@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