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막을 테면 막아 봐!\'
31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조별리그 한국과 일본의 경기. 김연경이 시마무라 하루요, 모미 아키를 피해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도쿄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일본 배구가 무너졌다. 더 좋은 조건에서 대회를 치렀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일본 여자배구대표팀은 2일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조별리그 A조 마지막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10-25 23-25 25-29 19-25)으로 완패했다. 사실상의 4위 결정전에서 패배한 일본은 1승4패를 기록하며 5위로 조별리그를 마감했다. 8강 진출은 좌절됐다.

일본은 지난 5~6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4강에 든 강팀이다. 당시 일본은 15경기에서 12승3패를 기록하며 예선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토너먼트에서 4위에 머물기는 했지만 상상 이상의 강력한 전력을 보여준 대회였다.

당연히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했다. VNL에서 일본은 한국, 도미니카공화국을 모두 이겼다. 최정예가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세르비아도 잡았다. A조 팀들 중 일본이 패한 팀은 브라질이 유일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일본은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약한 면모를 보였다. 한국전에서는 높이와 결정력에서 밀렸고,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는 힘과 집중력이 부족했다. 결국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를 잡지 못했고, 조기에 대회를 마치는 수모를 당했다.

일본의 부진은 홈 어드밴티지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일본은 홈에서 경기를 치렀을 뿐 아니라 경기 시간도 가장 일정했다. 세르비아와의 2차전이 오후 2시20분에 열렸고, 나머지 네 경기는 모두 오후 7시40분에 시작했다. 하나 같이 경기를 준비하기에 적절한 황금시간대였다.

반면 한국은 오후 9시45분 경기만 두 번이나 치렀고, 오전 9시 경기까지 소화했다. 황금시간대 경기는 일본전이 유일했다. 다른 나라들도 다양한 시간대에 걸쳐 경기를 치렀다. 하루만 쉬고 이틀에 한 번 경기를 치르는 팀들 입장에서는 컨디션 관리에 애가 먹을 수밖에 없는 패턴이었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일본만 좋은 시간대를 선점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그럼에도 일본은 이점을 이용하지 못한 채 최약체 케냐만을 잡는 빈약한 경기력을 보였다. 안방에서 잔치를 기대했겠지만 이제 남의 파티를 지켜보는 입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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