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그래도 웃으며 마무리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 세르비아에 패해 동메달이 좌절된 한국 선수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주연과 조연, 여기에 이방인 사령탑까지 완벽하게 어우러진 팀이었다.

여자배구대표팀은 도쿄올림픽에서 4강 진출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전력은 약화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5년 전 리우 대회(8강)보다 나은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한 수 위의 상대인 도미니카공화국과 일본, 터키를 연파하는 이변으로 이번 올림픽 최대 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패한 브라질, 세르비아전에서도 박수를 받을 정도로 큰 감동을 안겼다.

주연은 단연 김연경이었다. 김연경은 공수에 걸쳐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한국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1988년생으로 우리나이 34세에 접어든 그는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맞대결에서 동료들이 지치거나 기죽지 않는 역할을 담당했다. 정신적 지주로 팀을 지탱했고, 위기 상황마다 선수들을 각성시켰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마지막 대회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는 활약으로 4강 신화를 썼다. 국내뿐 아니라 국제배구연맹, 외신에서도 김연경을 집중 조명할 만큼 존재감이 뚜렷했다.

김연경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5년 전 리우 대회에서 ‘욕받이’로 마음고생을 했던 박정아는 김연경의 든든한 조력자로 레프트에서 소금 같은 활약을 펼쳤다. 김연경(136득점) 다음으로 많은 82득점을 책임졌다. 일본전 대역전승의 주역이기도 했다.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한 채 고군분투한 김희진도 76득점으로 임무를 다했다. 무엇보다 경기 초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세트를 거듭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노련함이 빛났다. 김수지와 양효진으로 이어지는 베테랑 센터 라인도 든든했다. 백업 멤버들은 웜업존에서 동료들에게 힘을 보탰다. 경기에 나가면 어떤 식으로든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여자배구대표팀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으로 등장한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코로나19로 지난해를 통으로 쉬는 악재 속에서도 완성도 높은 팀을 만들었다. 자신만의 철학과 선수들의 기량을 극대화하는 능력, 여기에 친근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으로 4강이라는 역사를 썼다. 결과적으로 외국인 감독 선임은 대성공으로 마무리됐다. 대한민국배구협회가 라바리니 감독에 재계약을 제안한 것도 그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쌍둥이 자매 없이는 안 된다는 여론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팀의 핵심이었던 두 선수가 빠져 올림픽에서의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악재를 돌파했다. 라바리니 감독도 두 선수의 부재를 극복할 만한 전력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고, 해법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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