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여자배구, 한국, 9년 만에 4강행
4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8강 한국과 터키의 경기에서 승리, 4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의 김연경이 한국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도쿄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스테파노 라바리니 여자배구대표팀 감독은 다시 한 번 한국의 손을 잡을 것인가.

대한민국배구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 7월 올림픽 개막 전 이미 라바리니 감독에게 재계약 의사를 전달했다. 오한남 회장이 직접 나서 8일 3~4위전 종료 후 라바리니 감독에게 재계약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바리니 감독은 지난 2019년3월 부임해 2년 넘게 팀을 이끌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공백이 있었지만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특히 선수들의 반응이 좋았다.

올림픽을 앞두고 엔트리에서 탈락한 베테랑 한송이는 언니인 한유미 해설위원 개인채널에서 “감독님은 어떤 훈련을 할지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다. 잠깐 다른 생각만 해도 놓치게 된다. 나 때문에 훈련이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이 집중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라바리니 감독은 훈련 전 선수들에게 프로그램을 브리핑하고 훈련의 목표, 과제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훈련 효율을 높이는 스타일이다.

한송이는 “감독님은 정말 분석적이다. 특정 상황을 자세하게 분석해 내놓는다. 이 상황에서 세터는 어떤 손 모양으로 어디로 어떻게 올려야 하는지까지 말씀하신다. 많이 디테일하다. 대단한 감독”이라고 덧붙였다.

라바리니 감독은 세자르 에르난데스 코치, 안드레아 비아시올리 전력분석관과 우리팀, 상대팀 양쪽을 철저하게 분석한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약점을 지우고 장점을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강력한 서브를 구사하는 데 집중해 성과를 올렸다. 철저한 분석을 통해 성적을 낼 줄 아는 지도자다.

인격적으로도 라바리니 감독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경기, 훈련 중에는 엄격하지만 평소에는 선수들과 허물 없이 소통하고 생활한다. 8강 진출 확정 후 코트 안으로 뛰어들어 선수들과 호흡하는 장면은 라바리니 감독이 얼마나 격의 없이 선수들과 하나가 됐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한송이도 “귀여우시다. 장난치는 것을 좋아한다. 가깝게 지내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언어 소통이 됐으면 더 많은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배구대표팀은 향후 큰 과제 하나를 안고 있다. 바로 김연경의 은퇴 후 발생하는 체질개선 숙제다. 세계적인 배구선수인 김연경이 없었다면 한국은 올림픽 4강이라는 대업을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존재감이 큰 김연경은 동메달결정전 후 은퇴를 선언했다. 오 회장과의 최종 면담이 남아 있긴 하지만 김연경이 그간 헌신한 노고를 고려할 때 은퇴를 만류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연경 없는 대표팀은 새로운 체제로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하는데 이 일을 담당할 적임자는 라바리니 감독이다. 지난 2년간 국내 선수들을 잘 관찰했고, 팀 안팎에서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에 라바리니 감독이 재계약에 응한다면 큰 걱정을 하나 덜 수 있다.

협회가 라바리니 감독에게 제의한 계약 기간은 1차와 2차로 나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다음해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까지 팀을 이끈 후 다시 한 번 합의를 통해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이다. 라바리니 감독뿐 아니라 에르난데스 코치, 비아시올리 분석관도 재계약 대상에 포함된다.

라바리니 감독은 아직 협회와 오 회장의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라바리니 감독은 한국 대표팀에 만족하지만 고령의 어머니와 떨어져 지내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바리니 감독과 외국인 코칭스태프는 자가격리 문제로 9일 입국하는 선수단과 동행하지 않고 일본에서 직접 이탈리아로 향한다.

협회 관계자는 “일단 라바리니 감독이 숙고해 결정하기를 기다릴 예정이다. 당장 이벤트가 없어 급한 문제는 아니라 1~2개월 내로 결정할 것 같다. 우리 입장에서는 당연히 재계약에 응하길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