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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가을 좀비’ 두산의 기세가 무섭다. 경기 흐름에 좌우되지 않는 여유가 두산 기세의 본질이다.
벤치 분위기를 보면 두산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1점 싸움을 전개 중인 팽팽한 흐름 속에서도 두산 선수들은 야구 자체를 즐긴다. 지난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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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한 점차 리드를 이어가던 5회초. 선두타자로 리드오프 정수빈이 타석에 들어섰다. 1볼 2스트라이크에서 삼성 선발 데이비드 뷰캐넌이 던진 몸쪽 커브를 기술적으로 좌측 파울 선상쪽으로 보냈다. 템포를 죽여 타구 방향을 만들어내는 배트 컨트롤이 돋보이는 타격이었다. 이때 두산 벤치가 웅성 거렸다. 대기 타석에 나갈 준비를 하던 박건우는 정수빈의 타격을 흉내 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타자에게 불리한 카운트였고, 1점차 살얼음판 리드, 상대 선발의 구위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이날 볼배합의 열쇠로 활용한 커브를, 스윙을 시작한 뒤 템포를 줄여 커트하는 기술이 놀랍다는 뉘앙스가 표정에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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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잘하는 팀은 더그아웃에 있는 모든 선수들이 함께 경기를 치른다는 인상을 준다. 선수들이 인정할 만한 플레이가 나오면 해당 선수가 더그아웃에 돌아왔을 때 얘기 꽃이 피어난다. 단순히 상대선수의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이 아니라 서로의 기술에 감탄하고, 이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동시에 한다. 여유가 없다면, 살 떨리는 포스트시즌에서는 할 수 없는 행동들이다.
두산의 집중력은 이미 승패를 초월한 것으로 보인다.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가 아닌 과정 자체를 즐긴다는 말을 실천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시간으로 체력이 고갈되는 것을 느끼지만, 이것조차 두산 선수들에게는 즐거움이다. 두산의 가을은 말 그대로 잔치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