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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이천=윤세호기자] 소득과 과제를 두루 얻은 2년차 시즌이었다. 입단과 동시에 선발투수 임무를 맡은 1년차 시즌보다 제구가 안정됐다. 가장 큰 과제였던 정상 로테이션 소화도 어느정도 이뤘다. 하지만 마냥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더 높은 곳을 응시하면서 예전부터 기대했던 만원관중 잠실구장 등판을 고대했다. LG의 현재이자 미래 이민호(20)가 2021시즌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이민호는 지난 13일부터 이천챔피언스파크에서 마무리훈련에 임하고 있다. 투구 훈련보다는 회복 위주의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100% 컨디션에서 이듬해 스프링캠프 참가하는 게 목표다. LG 류지현 감독은 “어린 나이에도 풀타임을 소화한 이민호와 김윤식 같은 젊은 투수들의 몸상태가 걱정이 됐었다. 다행히 시즌 종료 후 메디컬 체크 결과 이상이 없었다”며 “이민호는 이제 잠실 회복조에 포함된다. 잠실에서 김용일 수석 트레이닝 코치로부터 비시즌 운동 프로그램을 지도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호는 2019년 20경기 중 16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정찬헌과 열흘 간격으로 마운드에 올랐고 4승 4패 평균자책점 3.69를 기록했다. 총 이닝수는 97.2이닝이었다. 올해는 25경기 중 22경기에 선발 등판했고 115이닝 8승 9패 평균자책점 4.30을 올렸다. 평균자책점은 올랐지만 9이닝당 볼넷이 4.06에서 3.52개로 줄었고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도 1.41에서 1.17로 낮아졌다. 패스트볼, 슬라이더 투피치에서 커브, 체인지업까지 더해 패턴의 다양화도 진행했다. 다음은 19일 이천에서 이민호와 취재진 일문일답.
-어제 한국시리즈(KS)가 끝났다. 플레이오프(PO)부터 포스트시즌 경기는 지켜봤나?PO부터 거의다 봤다. 볼 때마다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KS 보면서 저 곳에서 꼭 던지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많이 아쉽고 허무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등판하지 못한 아쉬움도 클 것 같다.선발 등판을 확신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중간 등판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아쉽다. 하지만 감독님과 코치님 결정이고 팀이 이기기 위한 선택이니까 따라야 한다. 준PO 3차전을 보면서 그저 어떻게든 우리 팀이 이기기만을 바랐다. 일단 이겨서 올라가고 보자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에서 두산 상대로 고전한 아쉬움을 풀고 싶다는 생각도 했나?딱히 상대를 생각하지는 않았다. 두산이든 키움이든 어느 팀을 상대로도 마운드에 오르면 진짜 멋지게 한 번 던져보고 싶었다. 선발이든 중간이든 단 한 이닝을 던지더라도 멋지게 막고 싶었다. 캐치볼할 때 밸런스도 좋았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었다.
-1년차였던 작년과 비교하면 구종 분포도가 다양해졌다.작년에는 타자를 상대할 때 ‘치려면 쳐봐라’는 마음으로 던지곤 했다. 올해는 좀 달라졌다. 운영 면에 있어서 더 나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변화구 제구도 더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체인지업을 던지기 시작한 것도 달라진 부분이다.전반기까지는 체인지업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립도 정말 자주 바꿨다. 그러다가 후반기 시작할 때 체인지업 그립을 찾았다. 선발 등판 이틀 전에 그립을 바꿔서 던졌는데 받아주는 불펜포수가 정말 괜찮다고 하더라. 그 때부터 조금씩 좋아졌다. 내년 캠프 목표는 체인지업을 더 잘 던지는 것이다. 좌타자 뿐이 아니라 우타자 상대로도 던질 수 있도록 체인지업을 완전히 내것으로 만들고 싶다.
-올해 얻은 또 다른 소득이 있다면?일단 로테이션 간격을 줄인 것이다. 작년에는 7일이 가장 짧은 로테이션이었다. 올해는 4일 쉬고 나간적도 있고 5일 쉬고 나가기도 했다. 평균 볼넷 허용도 줄었고 WHIP도 낮아졌다. 이런 부분은 소득이라고 본다.
-현재 컨디션은 어떤가?크게 피로도를 느끼지 않는다. 비유를 하자면 몸이 약간 뻐근한 정도다. 어디가 아프다기보다는 뻐근하고 알이 배긴 느낌이다.
-목표는 역시 기복을 줄이는 게 아닐까 싶다. 꾸준히 스트라이크를 넣은 경기와 아닌 경기의 차이가 컸다.선발투수가 한 시즌 모든 경기에서 잘 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꾸준히 5이닝은 소화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밸런스가 아닐까. 늘 밸런스를 잘 잡고 던지는 게 내년 목표다. 김광삼 코치님과 캐치볼을 함께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광삼 코치님께서 멘탈 부분에서도 신경을 많이 써 주신다. 올해 많이 배웠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 더 잘하고 싶다.
-경기 전후로 수아레즈와 함께 있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굉장히 친해 보였다.수아레즈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 마주치면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고 어떻게든 장난을 친다. 올해 마지막 경기를 한 후에도 나를 향해 좋은 친구라고 하더라. 처음 왔을 때 수아레즈에게 먼저 다가갔는데 많이 친해졌다. 야구 얘기도 서로 많이 한다.
-내년에도 함께 하자고 했나?내년에도 함께 야구하고 싶다고 했다. 수아레즈도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입단할 때부터 만원관중 잠실구장 등판을 말하곤 했다. 내년에는 현실이 될 수 있다.준PO 때 등판은 못했지만 경기 전 그라운드에 올라가 관중석을 살짝 봤다. 많은 팬들이 찾아주신 야구장이 낯설 줄 알았는데 그렇게 낯설지는 않더라. 어렸을 때 팬 입장으로 잠실구장에 왔을 때 생각도 났다. 방역수칙으로 함성까지는 없었는데 내년에는 진짜 예전과 같은 분위기가 나지 않을까. 나도 기대가 많이 된다. 내년에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처음이라 생각하고 잘 던져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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