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환호하는 뷰캐넌
삼성 선발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이 지난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시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경기 6회초 2사 상대 허경민을 내야땅볼로 처리한 후 환호하고 있다. 대구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프리에이전트(FA)와 흡사하다. 집토끼부터 잡아야 한다. 이번 겨울이 특히 그렇다. 주목했던 수준급 외국인선수들이 하나 둘 일본으로 떠나면서 기량이 증명된 기존 외국인선수의 가치가 올라갔다. 모험보다는 안정을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에도 연전연패다. 일본과 경쟁이 붙으면 이길 수 없다. 일본 구단들이 100만 달러 상한제를 이용하듯 최소 120만 달러로 기준선을 잡는다는 얘기가 들린다. 더불어 이전보다 과하게 많은 외인은 선점한다는 시선도 있다. 지방 A구단 단장은 “사재기하는 느낌이 들 정도”라며 “필요해보이는 것보다 많은 외국인선수를 영입하는 일본 구단이 있다. 일본은 영입에는 제한이 없으니까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많은 외국인선수들을 데려온다”고 바라봤다.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시장에 선수가 줄었다. 지난 겨울처럼 메이저리그(ML) 구단은 로스터 마지막에 자리한 선수들을 쉽게 풀지 않는다. 지난해 마이너리그가 문을 닫으면서 유망주 육성이 1년 지체됐다. 매년 경기수와 이닝수를 늘려나가는 선발투수들이 그렇다. ML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는 이른바 7, 8번째 투수를 확보해야 162경기 마라톤을 완주한다. 이중 FA가 되서 아시아행을 추진하는 선수들도 있는데 대부분은 일본을 우선순위로 둔다. 시장 논리에 따라 100만 달러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일본을 선호한다. 시즌 중 외국인선수 교체를 추진했던 구단들은 이미 지금과 동일한 입장에 처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량을 증명한 기존 외국인선수와 재계약을 우선순위로 삼는다. 올해 최고 투수로 활약한 두산 아리엘 미란다는 물론, 삼성 데이비드 뷰캐넌, LG 케이시 켈리와 앤드류 수아레즈, 키움 에릭 요키시 모두 재계약 대상자다. SSG 윌머 폰트, NC 드류 루친스키와 웨스 파슨스, 롯데 댄 스트레일리, 한화 닉 킹험과 라이언 카펜터도 소속팀이 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포토] 미란다 \'KT 오늘은 쉽지 않아\'
두산 선발투수 아리엘 미란다가 지난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KT와 한국시리즈 3차전 1회 투구 후 덕아웃으로 들어가며 KT 덕아웃을 향해 무언인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통합우승팀 KT도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윌리엄 쿠에바스 둘 중 한 명은 재계약할 방침이다. 단장과 감독 선임이 늦어지고 있는 KIA는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흐름상 다니엘 멩덴과 재계약을 추진할 수 있다. 타자 중에는 삼성 호세 피렐라, 두산 호세 페르난데스, NC 애런 알테어가 재계약 대상으로 분류될 전망이다.

재계약 외국인선수는 100만 달러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일본 구단과 영입 경쟁에서 그나마 승산이 있다. 뷰캐넌, 켈리, 요키시, 루친스키 등은 이미 2년 이상 한국에서 공을 던지며 가치를 증명했다. 네 투수 모두 투수진 기둥 구실을 하면서 젊은 토종 투수들의 본보기도 된다. LG 신예 이민호는 켈리를 두고 “정말 루틴에 철저한 선수다. 작은 것 하나라도 빼먹지 않고 늘 루틴을 지킨다. 꾸준함의 비결도 루틴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켈리는 2019년부터 3년 동안 큰 부상없이 530.2이닝을 소화했다.

[포토] 켈리, 위기 탈출 환호~
LG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가 지난 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시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 베어스와 경기 5회말 2사1,2루 상대 페르난데스를 삼진으로 처리한 후 환호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보통 외국인선수 재계약은 늦어도 12월까지는 결정이 난다. 구단들의 재계약 의지를 고려하면 이번 겨울은 이전보다 빠르게 계약이 체결될 수 있다. FA처럼 집토끼부터 잡은 뒤 외부로 시선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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