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호, ‘Untitled’, 2021, Mixed media, 180x124cm
남기호, ‘Untitled’, 2021, Mixed media, 180x124cm. 제공|웅갤러리

[스포츠서울 | 김효원기자] 사람이 걸어가고 있다. 그런데 형상 때문에 우리가 사람으로 인식할 뿐 좀더 들여다보면 푸른 하늘과 흰구름이다. 내가 본 것은 사람일까? 하늘일까? 배경의 격자무늬 패턴으로 인해 마치 매트릭스 세계 속에 들어와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서양화가 남기호 작가가 오브제와 콜라주가 어우러진 신작을 공개하는 개인전을 지난 18일 개막해 오는 12월 8일까지 서울 자하문로 웅갤러리에서 연다.

두꺼운 종이에 이미지를 음각으로 처리한 나무판에 인물, 정물, 풍경 이미지를 더한 작품들은 조각과 회화의 영역을 아우르며 새로운 시작적 재미를 전한다. 두꺼운 종이를 자르고, 두드리고, 깎고 갈아낸 다음 레진(Resin)을 부어 단단하게 굳히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고, 격자무늬의 배경을 화려한 컬러의 아크릴로 채색하는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작업들이다.

누워있는 사람을 다룬 작업 역시 마찬가지. 음각으로 처리해 사람의 형상으로 보이게 했고, 두개의 레이어의 간격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림자가 생기면서 깊이감이 만들어진다. 역시 배경은 격자무늬로 표현해 생동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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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호 개인전 저경. 제공|웅갤러리

이같은 남기호 작가의 작업에 대해 김미진 교수는 “인류의 공통적 공감대, 인간이라는 주체에 대한 그의 삶과 예술의 경험이 모두 녹아들어간 근본적인 사유에 대해 걸 맞는 시대의 단순한 조형언어를 구조화하여 성찰해 보는 예술”이라면서 “지금까지의 작업에서 남기호는 보편성과 익명성의 친숙한 이미지와 사유로서의 인간 일상과 삶에 대해 표현했다면 여전히 일관된 세계관으로 정물시리즈도 미술 안에서 매체의 보편성안에서 미학적 특수성을 담아내고자 하였다”고 짚었다.

남기호, ‘Untitled’, 2021, Mixed media, 174x86cm
남기호, ‘Untitled’, 2021, Mixed media, 174x86cm. 제공|웅갤러리

작품은 단순한 형태와 색채, 배경이지만 발걸음을 오래 붙잡는 힘을 가지고 있다. NFT, AI, 메타버스 시대를 맞은 현대인들에게 예술은 무엇인가에 대한 사유의 시간을 권하는 작업이다.

한편 남기호 작가는 경희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파리국립미술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2002년에는 미국 록펠러 재단 ACC 지원작가로 활동했다. 1995년 박여숙화랑 개인전을 시작으로 10여회 개인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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