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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10대의 임신과 출산을 담은 방송이 잇달아 전파를 타면서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평가와 ‘자극적인 소재’로 활용될 뿐이라는 극과 극의 반응을 얻고 있다.

MBN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이하 고딩엄빠)는 ‘자극적인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달 6일 첫 방송한 ‘고딩엄빠’는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10대 엄마, 아빠의 리얼한 일상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발견하여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보자는 기획의도를 갖고 시작했다. MC 박미선은 ‘고딩엄빠’ 첫 방송에서 프로그램의 취지에 대해 “(10대의 출산을) 지지하거나 정당화하는 취지가 아니라 태어난 아이가 보호받아야 마땅하지 않냐.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딩엄빠’는 10대에 임신,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는 다양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사연과 함께 소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획의도와 달리 방송 직후부터 ‘고딩엄빠’를 향한 불편한 시선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방송에선 아이들의 첫 성 경험 평균 나이를 13.6세라고 공개하는 등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등장했다. 방송 후,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 시청자들에게서 부정적인 반응이 두드러졌으며 네티즌들은 “아이들이 보고 배울까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최근에는 ‘고딩엄빠’ 출연자 A양이 남편 B군을 협박한 혐의 등으로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당시 B군은 자신의 SNS를 통해 “아이의 엄마가 칼을 가지고 와서 ‘아기 죽여버릴까?’라는 식으로 말을 하더라. 내가 지킬 거라고 했더니 ‘그럼 다 죽여버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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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도 최근 방송에서 미성년자 학생들의 혼전 임신을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3일 방송분은 앙숙인 아버지들 사이에서 사랑을 키운 ‘제주판 로미오와 줄리엣’ 정현(배현성 분)과 방영주(노윤서 분)가 주인공인 ‘영주와 현’ 에피소드로 꾸며졌다. 학교를 다니는 중 임신을 알게 된 이들의 고민과 갈등이 그려지며,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궁금증을 높였다. 극 중 방영주는 갑갑한 제주를 떠나는 게 목표인 열여덟 고등학생이었다. 그래서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고 서울로 대학 진학을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피임도 했는데 찾아온 임신은 혼란을 안겼고, 방영주는 임신중단을 결심했다. 정현은 “우리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고 차분히 말했지만, 방영주는 “어떻게 낳아? 대학은? 네 인생 내 인생 모두 걸고 낳을 만큼 우리 사랑이 대단해?”라고 반문했다. 병원에서 마주한 정현과 방영주는 함께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는 초음파로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들려줬고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끝내 의연한 척하던 방영주는 눈물을 터뜨렸다. “현아 나 무서워. 아기 심장소리 안 들을래요”라고 우는 방영주의 모습이 엔딩을 장식했다.

최고 시청률 9.1%로 숱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지만, 청소년기에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닥치는 현실에 대한 설명 없이 이를 낭만적으로만 그려낸 게 아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는 ‘여성의 신체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형법의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낙태죄는 2021년 1월 1일부로 효력을 상실했다. 따라서 이제 대한민국에서 임신중단은 범죄가 아닌 권리가 됐다. 하지만 미디어에서는 여전히 임신중단을 슬프고 비밀리에 진행해야 하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

부정적인 시각과는 대조적으로 10대들의 임신과 출산을 소재로 한 방송이 다양화되어가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10대 임신·출산을 양지로 끄집어냈다는 평도 있다. 우리나라 산모가 첫 아이를 낳는 중위 연령은 32.3세(2020년 기준)로, OECD 국가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우리나라의 혼외 출산 비율은 극단적인 꼴찌다. 2020년 혼외 출산으로 태어난 아기가 6876명(2.5%)이다. OECD 평균 혼외출생률이 41%로, 대한민국에서 미혼모와 10대 출산의 현실은 그 어느 국가보다 녹록치 않다는 걸 입증한다.

‘소재의 자극성’과 ‘가족 형태의 다양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하고 있는 10대의 임신·출산을 그린 방송이 우리 사회에 결과적으로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끝까지 지켜볼 문제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