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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본선에서는 수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7일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다소 의외의 발언을 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운영이 필요하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벤투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서도 예선 같은 축구가 통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늘 해왔던 스타일을 완벽하게 바꾸는 것은 좋지 않다. 하지만 월드컵에선 다른 상황에 놓일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예선과 본선은 분명히 다르다. 발전시킬 부분은 발전시키면서 우리의 스타일을 유지하겠지만 다만 본선에서는 수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상대는 더 많은 공격을 해올 것이다. 우리 스타일을 유지하겠지만, 이런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수비 비중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사실상 전술 변화를 예고한 셈이다.
그런데 최근 벤투호의 월드컵 빌드업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안정환 MBC 축구해설위원이 자신의 유튜브에서 “월드컵에서 포르투갈, 우루과이 상대로 어떻게 빌드업을 하겠나. 볼 컨트롤이 되고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벤투 감독이 전술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한다. 월드컵에는 여러 전술 플랜을 들고 가야 한다”며 예선에서는 실리적인 축구가 더 통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월드컵을 세 차례 경험한 레전드의 발언이라 화제가 됐다.
일부 매체에서 이를 인용해 월드컵 본선에서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달아 기사를 생산하고 있다. 마치 새로운 이야기인 것처럼 벤투 감독의 방향성이 틀렸다는 뉘앙스로 흔히 말하는 ‘빌드업 축구’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는 모습이다.
안 위원의 발언대로 벤투 감독은 이미 본선에서는 보다 수비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예고했다. 대표팀이 지금까지 해온 후방에서부터 짧은 패스를 통해 전진하는 스타일은 유지하지만 한 수 위 상대가 공격할 때의 수비 방식을 개선하고 발전시켜나간다는 게 벤투 감독의 구상이다.
벤투 감독은 부임 후 자신의 철학과 뚝심으로 대표팀을 이끌어왔다. 국내 전문가들의 회의적인 시선 속에서도 일관성 있는 지도법으로 선수들을 이끌며 대표팀의 완성도를 올려놨다. 예선에서는 물론이고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만한 상대인 이란을 압도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여기에 벤투 감독은 예선 종료 후 뜻 밖의 유연한 태도로 본선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 벤투 감독이 예선에서의 스타일을 고수해 강호들에게 정면도전하겠다고 공언했다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그는 현실의 벽을 이해하고 해법을 찾고 있다. 지난 4년여간 벤투 감독이 입증한 성과를 볼 때 지금은 걱정하는 것보다 믿음을 주는 게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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