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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예선과 본선을 거치면 3년간 총액 70억원(부가세 포함) 이상 쏟아붓는 대형 사업이 열린다. 전사적 차원으로 접근한다고 보는 게 맞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추진 중인 트래킹 데이터 통합 시스템(통합 데이터) 사업 얘기다.
KBO는 2~3년 전부터 통합 데이터 사업을 추진했다. 구단간 이해관계가 다르고 업체별 계약 기간 등 조건이 달라 이견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마케팅팀장 회의를 신호탄으로 전력분석팀장, 실행위원회(단장회의), 이사회(사장회의) 등을 거치며 급물살을 탔다. 지난 26일 통합 데이터 시스템 사업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했고, 최소 4개 이상 업체가 출사표를 던졌다. 27일 10명 이상의 심의위원들이 서류 심사를 하고, 28일 현장 실사를 해 이르면 29일 일종의 심층면접에 참여할 ‘경쟁적 대화’ 참가기업을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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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업들은 두 차례 ‘경쟁적 대화’를 거친 뒤 5월 중순부터 최종 제안서를 작성한다. 가격경쟁 평가 등 진짜 사업자 선정은 최소 두 개 이상 업체가 참가하는 ‘경쟁적 대화’ 이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참가 대상 기업과 몇 차례 회의를 개최했다고는 하나 연간 26억원 이상, 3년 총액 7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야 하는 사업을 너무 서둘러 진행한다고 느끼게 한다.
KBO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은 트래킹 데이터 업체는 크게 네 곳이다. 예선 최종면접에 해당하는 ‘경쟁적 대화’에 2개 이상 업체가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그 대상 또한 한정적이다. 그런데도 KBO는 급하다는 인상을 줄만큼 속도전을 불사하고 있다. 숨은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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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KBO가 통합 데이터를 구축하려는 이유다. 표면적인 이유는 ‘구단의 비용절감과 KBO리그 데이터 안정화’다. 서류심사에 KBO가 아닌 10개구단이 위촉한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이유다. 실사용자가 10개 구단이니, 구단 입장에서 들여다보고 판단해야할 문제다. 가성비도 중요하지만, 데이터 안정성과 호환성이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측정한 데이터를 어떻게 가공할 것인가도 구단에 꼭 필요한 요소다. 데이터팀이나 전력분석팀을 갖추고 있지만, 트래킹 장비로 얻은 로우 데이터를 구단 시스템에 맞게 100% 재가공할 수 있는 기술자는 많지 않다. 구단이 이런 기술자 영입과 발굴에 투자할 가능성도 매우 적다. 재정압박 때문이다.
따지고보면, 구단 입장에서는 통합 데이터가 꼭 필요한 게 아니다. 그런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 고려할 만한 가치가 생긴다. 경우에 따라서는 70억원 전체를 KBO가 부담할 수도 있다. 손해볼 게 없다면, 구단 입장에서도 반대할 명분이 사라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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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KBO가 서두르는 이유로는 부족하다. KBO는 통합 마케팅을 숙원 사업으로 꼽고 있다. 디지털 아카이브센터를 구축해 영상, 사진 기록물 등을 디지털로 변환하고 있다. 통합 데이터도 ‘통합 마케팅 시스템 구축’을 위한 장기 플랜에 포함된 요소다. 궁극적인 목표인 중계 자체제작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데이터 제공이 수반돼야 한다. 자체 중계 시대가 되면, 구단이 벌어들이는 중계권료도 상승한다. 활용할 플랫폼도 늘어, 조금 더 팬 친화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 중계권 계약 만료가 2024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시행을 해야 장단점을 분석할 수 있다. 통합 데이터 시스템을 2025년까지 활용하겠다고 구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KBO 입장에서는 어느 업체가 사업자여도 문제될 게 없다. 중계방송사와 팬에게 보여줄 ‘흥미요소’만 시각적으로 구현할 수 있으면 된다. 최종 제안서를 받은 뒤 사업자 선정 직전까지 이어질 ‘본선 경쟁적 대화’에서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그전까지는 표면적으로 ‘구단의 시간’인데, 장비수급과 활용법 개발 등의 시간을 고려하면 상반기 내에 사업자 선정을 마쳐야 한다. KBO가 전사적으로 뛰어들어 속도전을 하는 진짜 이유다.
zza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