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카라 출신 박규리가 오랜 세월 들여다보기 주저하고 외면해온 자신의 마음 속 외로움과 슬픔을 꺼내놓으며 눈물을 쏟았다.
방송 초반 밀랍인형처럼 무표정했던 박규리는 어렵고 더디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내며 마지막에는 수도꼭지처럼 눈물을 쏟아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오은영 박사는 “하고싶은 대로 하셔도 된다 마음가는 대로 살아봐라. 그래도 된다. 많이 우는 것도 괜찮다”며 위로했다.
24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 카라의 리더 박규리가 출연해 지난 2019년 세상을 떠난 구하라를 추억했다. 2007년 데뷔해 장장 13년간 이십대의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의 돌연한 죽음이 안긴 충격의 그림자는 컸다.
그는 아이돌이라는 ‘무대 위의 판타지’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늘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고, 힘들고 괴로운 이야기를 점점 억제하며 가까운 이들에게도 마음을 못 여는 고립된 상태에 시달렸노라고 말했다.
박규리는 “작년 말부터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어졌다. 한 달 정도 강릉에 가 있다 오기도 했는데 아무 트러블이 없으니까 오히려 편하다고 생각했다. 이게 내가 살 방법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오은영 박사는 “위로포비아라는 것이 있다. 약해 보일 때 위로해 준다고 생각하니까 사실은 힘들고 위로받고 싶지만 나의 약점을 보이는 게 부담스러운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위로받길 주저하고 이로 인한 고립감이 반복되며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우울함이 계속된다는 박규리에게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냐”고 묻자 “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박규리는 “아픈 건 싫으니까 아프지 않은 선택을 찾게 됐다. 약을 일부러 모은 건 아닌데 모아졌다. 한번은 혼자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그날따라 날씨가 스산했다. 밖을 내려다보는데 너무 높아서 오히려 아무 생각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해 놀라움을 안겼다.
박규리가 겪는 무력감과 우울감에는 3년전 세상을 떠난 구하라의 죽음이라는 충격적 사건도 한몫을 했다.
그는 “그때 처음으로 제 가치관과 생각들이 엄청나게 흔들리고 무너졌었다. 그렇게 예쁘고, 사랑받던 사람이 떠날 거란 생각을 아예 해본 적이 없었다. 20대를 같이한 친구고 정말 예상 못 했는데, 떠나고 나니까 ‘이런 방법이 있네’라는 일말의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라고 고백했다.
오 박사는 “이런 일을 겪으면 남은 사람들은 잘해주지 못한 거에 미안함과 아픔을 갖게되는게 어린 나이인데 오죽했을까 싶다. 베르테르 효과가 그런 거다. 규리씨의 경우 본인이 힘들어질 때는 그런 영향이 마음을 건드릴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너무나 오랜 세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보지 못한 박규리는 “자꾸 내 얘기를 이렇게 길게 해도 되나 이런 생각도 든다. 지금껏 내 얘기를 못 하고 안 해와서”라고 주저했고, 힘듦 조차 눈치를 보는 모습에 박나래와 정형돈은 “박규리씨 이야기 들으려는 자리다”라며 위로했다.
오 박사가 따뜻한 눈빛으로 “이제는 정말 규리씨가 살고싶은 대로 살면 될 것같다”라고 하자 눈물을 닦던 박규리는 “제가 살고 싶은대로 살면 정말 막 살 것같다”고 웃었다. 이에 박나래는 “위로가 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막 산 얘기 좀 해드려? 시간 좀 되시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오은영의 매직은 ‘규리야 다 울었니? 이제 당당하게 걷기’였다. 매직쿠션을 소중히 껴안은 박규리는 “어디가서도 속시원하게 못했던 이야기를 한 것같아서 너무 시원하다”면서 자꾸만 눈물을 흘려 안타까움을 더했다.
gag1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