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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89년 전인 1933년 7월6일(현지시간). 시카고 코미스키 파크에서 미국 스포츠 역사상 최초의 올스타게임이 열렸다. 시카고 트리뷴지 스포츠 편집장 아치 워드의 제안으로 시카고에서 벌어진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서 시작됐다. 당시 4만9200 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이후 올스타게임은 모든 종목에서 ‘별들의 잔치’로 통하며 팬들과 함께 하는 축제로 발전했다.
MLB는 50년 후 1983년에 같은 날짜, 같은 장소에서 올스타게임을 열었다 코미스키 파크는 올스타게임을 3차례 주최했다. 이때 캘리포니아 에인절스 외야수 프레드 린(70)은 올스타게임 사상 최초의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린의 그랜드슬램으로 아메리칸리그는 올스타게임 11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1933년, 1983년 올스타게임은 AL이 모두 승리했다.
2022년 올스타게임은 LA 다저스의 홈 다저스타디움에서 7월20일(한국 시간) 벌어진다. LA 지역언론은 42년 만에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올스타게임 분위기를 잔뜩 띄우고 있다. 아직 팬투표에 의한 양 리그 선발이 확정되지 않았다.
KBO리그는 드림과 나눔의 올스타 베스트12 명단이 발표됐다. MLB는 팬투표에 의해 지명타자를 포함해 9명이 선발된다. 그런데 투수는 팬투표에서 제외다. MLB와 KBO리그와 차이가 여기서 나타난다. 올해 드림의 선발은 SSG 김광현(8승1패 1.37)이고, 나눔은 KIA의 양현종(7승4패 3.15)이다. 두 투수는 올스타로 충분하다. 하지만 양현종은 평균자책점에서 현재 15위에 랭크돼 있다. 최고 투수가 선발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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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에서 투수를 팬투표에서 제외시키는 이유는 기록을 무시하는 왜곡된 투표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타자의 경우, 올스타게임은 인기투표다. 이번 나눔팀에 KIA의 독식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MLB의 올스타게임은 양 리그의 자존심을 걸고 싸운다. KBO리그는 단일리그인 터라 지향점이 뚜렷하지 않다. KBO의 올스타게임은 기자들의 가십성 기사를 모으는 무대다. 진지함이 결여돼 있는 번외경기일 뿐이다. 오로지 올스타 MVP에 초점이 모아진다.
물론 MLB라고 올스타게임에 출전한 스타 플레이어들이 목숨걸고 경쟁하는 것은 아니다.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펀 게임(Fun Game)이다. 하지만 최소한 자신이 속한 리그의 자존심과 월드시리즈 홈필드 어드밴티지를 갖도록 애를 쓴다.
1934년 MLB 두 번째 올스타게임은 뉴욕 자이언츠의 홈 폴로 그라운드에서 벌어졌다. AL이 9-7로 승리했다. 당시 NL의 선발은 자이언츠의 좌완 칼 허벨이었다. 허벨은 1회 첫 두 타자에게 안타와 볼넷을 허용했다. 이후 베이브 루스, 루 게릭, 지미 폭스, 알 시몬스, 조 크로닌 등 5타자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5연속 삼진은 올스타게임 기록이다. 허벨도 그렇지만 5타자는 모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레전더리들이다.
이런 전통이 세워져 있어 오늘날에도 올스타게임은 단순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1999년 펜웨이파크에서 벌어진 올스타게임에 AL 선발은 홈팀 보스턴 레드삭스의 페드로 마르티네스였다. 외계인 마르티네스는 경기 시작과 함께 4연속 삼진과 2이닝 동안 6타자를 상대로 5개의 삼진을 낚았다. 경기 개시 4연속 삼진은 올스타 기록이다. 마르티네스는 MVP를 받았다.
요즘 MLB 올스타게임도 인구에 회자될 만한 명승부가 잘 연출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투수를 보호한답시고 1이닝 피칭을 해 허벨, 마르티네스와 같은 대기록이 나오기 힘들다. 그렇지만 선수들은 한 여름밤의 클래식 올스타게임 출전을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고 팬들에게 좋은 게임을 보여주려는 자세는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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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sy10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