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12년 전 아르헨티나전이 생각날 정도로 ‘캡틴’ 이청용(34·울산 현대)의 번뜩이는 감각이 돋보였다. 베테랑의 변함 없는 클래스에 울산은 동아시안컵 휴식기 이후 첫판에서 승전고를 울리며 K리그1 선두를 굳건히 했다.
이청용은 지난 30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끝난 강원FC와 K리그1 25라운드 홈경기에서 2-1 신승했다. 승리의 동력 구실을 한 건 이청용을 비롯해 울산이 자랑하는 전,현직 국가대표 자원의 활약이다.
이청용은 킥오프 9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리며 시즌 마수걸이 득점에 성공했다. 페널티박스 오른쪽을 향한 레오나르도의 침투 패스 때 강원 정승용이 골키퍼를 향해 헤딩 백패스를 시도했는데, 이청용이 이를 간파하고 재빠르고 뒷공간으로 움직여 공을 따냈다. 부드러운 볼 터치에 이어 강원 수문장 유상훈을 제치고 왼발로 툭 차 넣었다. ‘축구도사’답게 기민한 동작으로 볼을 안정적으로 다루면서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
|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아르헨티나전도 떠올리게 했다. 당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 볼턴 원더러스의 주전으로 뛴 이청용은 전성기의 폼으로 남아공 무대를 휘저었다. 그리고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전에서 0-2로 뒤진 전반 추가 시간 상대 중앙 수비수 데미첼리스의 패스 방향을 읽고 재빠르게 달려들어 볼을 낚아챘다. 그리고 골키퍼가 전진한 것을 보고 오른발 아웃프런트 킥으로 골문을 가른 적이 있다.
올 시즌 이청용은 17년 만에 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울산 ‘홍명보호’의 정신적 지주이자 그라운드의 마스터키로 여전한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서른 중반의 나이지만 20대 시절 못지않은 순간 속도와 방향 전환, 양질의 패스가 돋보인다. A대표팀 ‘벤투호’가 지향하는 빌드업 색채에도 맡는 이청용이어서 여전히 대표팀 승선과 관련한 얘기가 오가는 이유다. 이청용은 이날 K리그 통산 20번째 득점을 기록하면서 20-20클럽(20골-20도움)에도 가입했다.
수비진에서는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쇼가 돋보였다. 그는 이날 정승용, 발샤, 양현준의 결정적인 슛을 연달아 저지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그는 직전 동아시안컵 한일전 참패(0-3 패)를 막지 못하는 등 최근 대표팀과 리그 경기에서 선방률이 이전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이날 작심한 듯 특유의 거미손 방어를 펼쳤다.
홍명보 감독은 동아시안컵 기간 엄원상, 조현우가 대표팀에 차출되긴 했으나 이전보다 여유롭게 주력 선수와 2주간 보강 훈련을 시행했다. 지난해 부임 이후 클럽월드컵 참가를 비롯해 A매치 기간 다수 대표 차출로 숨 고르기 여력이 없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선수단 컨디션 조율과 부분 전술을 보강하면서 리그 우승 경쟁에 더 힘을 불어넣었다. 홍 감독이 더 웃는 이유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