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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한국 야구의 황금기를 이끈 김인식·김경문 전 대표팀 감독이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날 ‘제14회 야구의 날’을 맞아 두 명장에게 공로패를 전달했다.
야구의 날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9전승으로 금메달을 따낸 날을 기념해 제정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2008년 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으로 한국 야구는 세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우뚝섰다. 당시 대표팀을 이끈 김인식, 김경문 감독은 ‘한국 야구의 세계화 실현’ 가능성을 증명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늦은 감이 있지만, 두 명장의 업적을 기리는 것에 그치면 안된다. 한국야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비전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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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가 위기’라는 말은 10년 전부터 나왔다. 2013년 WBC 참패를 시작으로 이른바 A대표팀이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국제경쟁력 약화는 리그 흥행과 직결된다. 올림픽 금메달을 기점으로 경기당 평균 관중 1만명 시대를 열었지만, 국제대회 참패와 코로나 팬데믹(전 세계 대유행)을 겪으면서 국민 스포츠 지위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10, 20대 젊은 층은 “야구를 보기에는 즐길거리가 너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야구라는 콘텐츠가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려면 소위 ‘웰 메이드’가 뒷받침돼야 한다. 실수투성이인 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정부는 학습권 보장이라는 미명으로 엘리트 스포츠가 설 자리를 줄이고 있다. 야구뿐만 아니라 대다수 단체종목은 빠르게 경기력 저하와 선수 수급난을 겪고 있다. 시민단체는 ‘대기업이 소유한 구단’이라는 이유로 프로야구단이 돈 버는 것을 특혜로 규정한다. 야구장 무상임대 등이 특혜라는 시비는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투자를 통한 선순환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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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력 저하는 KBO의 책임도 있다. 관중 폭등 분위기에 취해 대안없이 리그 확장을 주도했다. 선수 수급, 육성에 관한 계획없이 ‘만들어 두면 알아서 성장할 것’이라는 막연함으로 구단을 늘렸다. 학생선수가 학습권 탓에 훈련할 시간을 빼앗기는데도 ‘프로에서 관여할 부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망했다. 미국, 일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적자원을 고려하면, 프로에서 쓸 선수는 프로가 발굴, 육성해야 한다.
프로에 입단하는 선수 중에 ‘캐치볼도 제대로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가 수두룩하다. 실제로 1군 경기에서도 송구에 어려움을 겪는 투수나 어이없는 실책을 자주 범하는 야수를 쉽게 볼 수 있다. 훈련 시간은 부족한데 대회에서 성적은 내야하니 투구와 타격 등 개인훈련 비중이 높아졌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해 하드웨어는 프로 못지않지만, 기초체력이 떨어지는 선수도 많다. 대놓고 리빌딩은 선택한 팀이 지난해보다 못한 성적을 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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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가 아마추어 선수를 체계적으로 육성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축구처럼 유스클럽을 운영하는 게 최선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차라리 연령별 대표팀을 지원하는 쪽이 효율적일 수 있다. 12세(리틀) 15세(주니어) 18세(청소년) 20세(시니어) 23세(성인) 대표팀을 꾸려 최소 30일간 합숙할 수 있도록 대표팀 규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 훈련 구장 등 인프라는 KBO 허구연 총재가 전국을 뛰어다니며 구축 중이다.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 은퇴선수들을 코치로 파견하고, 급여를 KBO가 지급하면 어떨까. 야구 세계화를 꿈꾸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과 협업하면, 연령별 국가대항전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축구처럼 대회 성격에 따라 최소 보름에서 최대 30일까지 합숙훈련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18세, 20세 이하 대표팀에 선발돼 국제경험을 쌓은 선수는 신인드래프트에서 특별지명하면 동기부여도 된다. 구단을 소유한 대기업의 사회공헌 기금 등을 활용하면, 비용문제도 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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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야구의 날’에 14년 전 환희만 떠올릴 수는 없다. 선수가 없다, 정책이 잘못됐다 등의 푸념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기업과 구단, KBO의 의지와 아마야구계의 협조가 필요하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