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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마카체프(31·러시아)가 라이트급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출처 | UFC 채널

[스포츠서울 | 김태형기자] 진정한 최강자는 가려졌다. 경기 후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가 깜짝 등장해 다음을 예고했다.

이슬람 마카체프(31·러시아)가 찰스 올리베이라(33·브라질)를 상대로 2라운드 3분 16초 서브미션 승을 거뒀다. 마카체프는 그동안 비어있던 라이트급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올리베이라와 마카체프는 23일(한국 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에티하드 아레나에서 열린 ‘UFC 280: 올리베이라 vs 마카체프’ 메인 이벤트에서 UFC 라이트급 타이틀을 놓고 격돌했다. 올리베이라는 전 라이트급 챔피언으로 11연승을 달리고 있다. 마카체프는 라이트급 랭킹 4위로 10연승 중이다. 전에 없던 연승 기록을 세운 최강자들의 가슴 뜨거워지는 대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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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라이트급 챔피언 찰스 올리베이라(가운데). 출처 | 찰스 올리베이라 채널

지난 5월 열린 UFC 274에서 올리베이라는 라이트급 한계 체중(약 70.3㎏)을 약 0.22㎏ 초과해 라이트급 챔피언 타이틀을 박탈당한 바 있다. 계체 때문에 챔피언을 박탈당했지만 무서운 기세로 랭킹 3위 저스틴 게이치를 무너뜨리는 저력을 보였다. 타이틀전의 경우 체중계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만큼 이번에는 더욱 철저히 준비했다.

20여 명의 동료들이 어깨동무를 하며 응원하는 가운데, 올리베이라가 수건을 덮고 누워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만큼 무리하나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감량이었다. 154.5파운드(약 70㎏)로 계체 통과 후 올리베이라는 뛸 듯이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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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급 랭킹 4위 이슬람 마카체프(왼쪽)와 레전드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출처 | 이슬람 마카체프 채널

마카체프도 154.5파운드(약 70㎏)로 계체를 통과했다. 마카체프는 같은 러시아 출신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4)의 후계자라는 상징성이 있다. 레슬링과 상위 포지션 점유 능력 등은 하빕을 연상케 한다.

하빕은 UFC 라이트급 타이틀을 3차례 방어, UFC 13승 무패, 커리어 통산 29승 무패로 은퇴한 전설이다. 현재 마카체프의 코치로 활동 중이다. 올리베이라는 이번 대결에서 승리해 은퇴한 하빕의 그림자를 넘고 라이트급 최강이 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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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올리베이라(왼쪽)와 이슬람 마카체프가 2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 | UFC

올리베이라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이 경기는 오직 하빕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라며 마카체프가 하빕의 후광을 받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마카체프와의 대결에 대해 “그라운드로 간다면 마카체프는 UFC 사상 최고의 피니셔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가 타격전을 원하면 타격전으로 갈 거다”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올리베이라는 19번의 UFC 최다 피니시 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그중 16번이 서브미션이다.

마카체프는 “내가 항상 하던 걸 할 것이다. 테이크다운 후 상위 포지션에서 압박하고 지치게 만든 다음 끝내겠다”라고 자신의 승리를 점쳤다.

2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서로 시합을 피했다고 설전을 벌였다. 올리베이라는 “마카체프를 홈인 브라질로 초대했는데 절대 방문하지 않더라. 그래서 내가 직접 문을 두드려 그의 홈을 찾았다”라고 입을 열었다. 경기가 열리는 아부다비는 이슬람 문화권이다. 이슬람 문화권인 러시아 다게스탄 공화국 출신인 마카체프의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마카체프는 “올리베이라는 코너 맥그리거, 네이트 디아즈 등 다른 사람을 불렀지만 결코 마카체프는 부르지 않았다”며 오히려 올리베이라가 자신과의 경기를 피했다고 반박했다. 대결 전부터 뜨거워진 관심 속 ‘올해의 빅매치’가 열렸다.

올리베이라마카체프
이슬람 마카체프가 2라운드 3분 16초 서브미션 승리를 거뒀다. 출처 | UFC 채널

경기 초반부터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마카체프는 자신이 원하던 대로 상위 포지션을 점했다. 테이크다운이 나오는 순간부터 마카체프의 뜻대로 경기가 풀리는 듯했다.

2라운드에서 올리베이라는 스탠딩 타격으로 풀어나가고자 했다. 하지만 마카체프는 클린치 싸움으로 올리베이라를 압박했다. 마카체프가 좀더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스탠딩 상황에서 마카체프의 오른손 카운터가 올리베이라의 턱에 명중했고, 마카체프는 넘어진 그를 상대로 파운딩이 아닌 암 트라이앵글을 걸었다. 결국 올리베이라는 탭을 쳤다. 2라운드 3분 16초 서브미션 패배였다.

마카체프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아부다비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상대가 압박해 들어올 것을 알고 있었지만 레슬링 기술 때문에 압박을 원래대로 하지 못 할 거라 생각했다”라고 경기 내용을 되짚었다. 이어서 “챔피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하빕의 돌아가신 아버지 덕분”이라며 챔피언 벨트를 옆에 있던 하빕에게 전달하는 훈훈한 모습으로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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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오른쪽)가 케이지 위에 깜짝 등장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출처 | UFC 채널

마이크를 건네받은 하빕은 “마카체프와 호주로 가서 내년 2월 볼카노프스키와 대결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마침 현장에 있던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4·호주)가 케이지 위에 깜짝 등장해 마카체프에게 “한번 해보자”라며 다음 빅매치를 예고했다.

이로써 11연승을 달린 마카체프는 올리베이라가 박탈당한 라이트급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통산 전적 24전 23승 1패를 기록했다. 다음해 2월 볼카노프스키와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한편, 11연승 기록이 깨진 올리베이라는 43전 33승 9패 1무효를 기록했다. 마카체프를 이겨 하빕의 그림자를 지우는 데는 끝내 실패했다.

tha93@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