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타점 2루타 환호하는 이정후[포토]
키움 이정후가 2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2 KBO리그 플레이오프 키움히어로즈와 LG트윈스 2차전 2회초 2사 1루에서 1타점 안타를 터트린 후 자축하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감정과 경기력은 분리돼야 한다.”

지난해 키움 지휘봉을 잡은 홍원기 감독의 철학이다. 경기를 치르다보면 실수할 때도 있고, 팀을 수렁에서 건져낼 때도 있다. 아홉차례 공격과 수비를 반복하며 300개 이상의 공을 주고받는 종목 특성상 ‘하나의 플레이는 한 번으로 끝낸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아쉬움을 곱씹을 필요도, 짜릿함의 여흥을 즐길 이유도 없다는 게 홍 감독의 철학이다.

어이없는 실책으로 승리를 헌납한 경기여도 마찬가지다. 지나간 일이고, 돌이킬 수 없다. 과거에 연연하는 것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는 쪽이 승리 확률을 높이는 건 평범한 진리다. 키움 선수들은 LG와 플레이오프(PO) 2차전을 치른 25일 잠실구장에서 홍 감독의 철학을 100% 이해하고 수행했다.

안루위기는 여기서 끝! 김혜성[포토]
키움2루수 김혜성이 2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2 KBO리그 플레이오프 키움히어로즈와 LG트윈스 2차전 1회말 2사 만루위기에서 문보경의 땅볼을 1루로 토스하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전날 과욕이 부른 실책 퍼레이드로 패한 키움 선수들은 ‘어제 무슨일 있었느냐’는 듯 편안한 표정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원흉으로 낙인찍힌 김혜성도 “잠은 잘 잤다”며 애써 미소 지었다. 작은 눈을 더 작게 뜨며 훈련에 집중한 그는 언제나처럼 가장 마지막까지 그라운드에 남아 땀을 흘렸다.

타격 밸런스를 회복한 이정후는 홈런더비 하듯 장타를 쏟아냈다. 비거리보다는 히팅 포인트와 타구 속도에 집중하는 인상. 1차전 패배가 쓰리지만 ‘오늘 이기면 된다’는 분위기가 선수단 곳곳에 퍼졌다. 전날 3이닝 만에 강제(?) 조기강판한 타일러 애플러도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더그아웃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전날 경기의 아쉬움은 원정 숙소에 남겨두고 온 듯했다.

[포토]키움 이용규, 두 타석만에 멀티 히트!
키움 이용규가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LG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 2회초 2사 2-3루 상황에서 LG 선발투수 플럿코를 상대로 2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감정을 분리한 히어로즈는 1회초부터 상대를 거세게 압박했다. 선발출장 기회를 잡은 이용규가 중전 안타로 포문을 열자 이정후가 우전안타로 화답했다. 타구가 자신의 앞으로 지나간 것을 확인한 이용규는 지체없이 3루로 내달려 김혜성의 부담을 덜어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LG 포수 유강남의 패스트볼로 선취점을 뽑은건, 이용규의 혼신의 역주 덕분이다.

선취점을 뽑은 키움은 2회초 상대 볼배합 패턴에 집중했다. 김태진이 중심이 무너진채 커브를 걷어내 우전 안타를 뽑아냈고, 1사 2루에서 송성문이 깨끗한 좌전 적시타를 만들었다. 타구 방향을 왼쪽으로 설정한 것처럼 스윙했다. 김휘집은 볼카운트 2-2에서 LG 선발 아담 플럿코가 던진 커브를 반박자 빨리 커트하더니 속구를 기다렸다는 듯 받아쳤다. 2사 2,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용규는 초구 체인지업을 노려 2타점 적시타를 뽑아냈다. 첫타석에서 속구를 안타로 연결했으니, 초구 변화구는 정석일 수밖에 없다.

[포토]플럿코 상대로 안타 뽑아내는 키움 이정후
키움 이정후가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LG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 1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LG 선발투수 플럿코를 상대로 안타를 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4-0에서 이정후의 대응이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초구부터 바깥쪽 빠른 공만 걷어내는 듯한 자세를 취했지만, 스윙을 끝까지 완벽하게 하지는 않았다. 몸쪽 변화구를 노린다는 시그널인데, 7구 접전 끝에 떨어지는 변화구를 걷어내 우익수 키를 넘겼다. 1루에 있던 이용규가 걸어 들어올만큼 완벽한 타구였다.

감정과 경기력의 분리, 1차전 패배를 설욕한 키움의 ‘비기(秘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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