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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인이 승리한 후 케이지에 올라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잠시 침묵에 잠겨 있다. 왼쪽 가슴에 새긴 아버지의 이름인 ‘김주회’라는 글자가 또렷하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 이주상기자] “아버지의 이름을 한 번 더 알리려고 시합했다.”

‘주먹대통령’ 김태인(20·로드FC김태인짐)이 아버지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전했다. 지난 18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 스위스호텔에서 로드FC 062가 열렸다. 이날 코메인이벤트는 로드FC 초대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결정전이었다. 국제전으로 치러진 경기에서 주인공은 한국의 김태인과 브라질 출신의 다니엘 고메즈(36·팀브라질리언타이)였다. 고메즈는 일본의 유명 단체인 워독의 현역 챔피언이다. 이전에 2개의 단체에서도 챔피언을 지내는 등 실력파 파이터다.

김태인이 비록 3연승으로 무패를 기록하고 있지만, 고메스는 11승 6패 1무효의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고 있다. 브라질 출신답게 주짓수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 반면 김태인은 15전 전승의 아마추어 복싱 전력이 말해주듯 복싱이 베이스다. 불꽃 튀는 공방전이 예상됐지만, 경기는 12초 만에 결정 났다. 라운드가 시작하자마자 김태인은 고메즈에 초 접근해 강력한 주먹을 고메즈의 복부에 얹혔고,고메즈는 그대로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이어지는 파운딩에 주심은 경기를 중단시키며 김태인의 승리를 선언했다.

12초 승리는 로드FC 타이틀전에서 나온 역대 두 번째의 신기록이다. 첫 번째는 페더급 챔피언 이정영이 박해진을 상대로 한 10초였다. 김태인은 승리 후 이어진 케이지 인터뷰에서 장문의 말로 감격을 대신했다.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렸다. 김태인은 “아버지의 이름을 알리려고 시합했고, 챔피언까지 됐다. 꿈을 이뤄 너무 행복하다. 그런데 그 행복을 바칠 사람이 없다. 꿈을 이룬 나보다 전화 한 통 하면 아버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여러분이 되고 싶다”라며 아버지에 대해 애틋함을 전했다.

김태인의 아버지인 김주회 씨는 김태인을 뒷바라지하다 지난 2019년 사망했다. 김태인이 로드FC에 데뷔하며 이름을 알릴 때쯤 고인이 됐다. 김태인은 “아버지 김주회, 너무 사랑합니다. 당신의 아들로 태어나서 행복합니다. 이제는 편히 쉬세요”라며 아버지에게 챔피언이 됐음을 알렸다. 김태인은 왼쪽 가슴에 아버지의 성함 한자를 문신으로 새기고 늘 함께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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