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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경무전문기자] 어느 종목이든 국가대표팀 감독이 차지하는 위상과 존재감은 크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그 어깨도 무겁다. 누가 국가대표 선수들을 지도하느냐에 따라, 국제대회 성적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올림픽 종목이나 아시안게임의 경우 더욱 그러할 것이다.
사실 오랜 동안 테니스를 담당해왔지만, 테니스만큼 국가대표 감독의 존재감이 떨어진 종목이 있나 싶다. 종목 특성상 그럴 수도 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은 4년마다 한번 열린다. 게다가 데이비스컵(남자)이나 빌리진킹컵(여자) 등 국가대항전은 1년에 한번 있고, 한국의 국제경쟁력은 높지 않아 관심도도 떨어진다.
남자는 그래도 괜찮다. 데이비스컵에서 올해 세계 16강까지 오르는 등 한국이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자의 경우는 과연 감독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활동이 미미했다. 감독 스스로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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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시절 이름을 떨쳤던 레전드들도 대표팀 감독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해봤자 별 이득이 없는 때문일까?
대한테니스협회(회장 정희균)가 내년 항저우아시안게임에 대비해 새롭게 남녀대표팀 감독을 꾸릴 예정이다. 임기는 내년 12월31일까지다. 남자의 경우, 벨기에와의 2023 데이비스컵 파이널스 예선이 내년 2월4일과 5일 예정돼 있어 박승규 감독을 그때까지만 유임시키기로 했다.
여자는 지난 23일까지를 기한으로 공모를 통해 지원자를 받았는데 2명의 실업팀 감독이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대표 선수시절 아시안게임 남자단체전과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지도자도 포함돼 있고, 수도권 명문팀의 감독도 지원서를 냈다.
여자팀 감독은 내년초 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위원장 김재식)의 면접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테니스협회는 그동안 공모 과정 등을 통해 대표팀 감독을 선임해도 언론에 알리지 않고 소리소문없이 지나갔다.
선임 뒤 감독의 각오와 포부를 들을 기회는 거의 없었다. 아무리 선수들의 경쟁력이 세계수준과 차이가 있고, 국제대회 성적 전망이 불투명하다 해도 그것은 바른 길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대표팀 감독에 선임되면 설렁설렁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지 말고,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도 느껴야 하고, 스스로 확실한 목표도 공개적으로 알려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국가대표 감독이 아닌가?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는 말은 꼭 거스 히딩크 감독 같은 사람만이 외쳐야 하는게 아니다. 이제는 테니스 대표팀 감독의 자존감 회복과 높아진 책임의식을 기대해본다. kkm100@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