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사실, 걱정이 앞선다. 출발부터 요란한 파열음을 냈으니, 제대로 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유튜브 채널이 아닌, 종합편성채널의 정규편성 프로그램이라면 더더욱 기대보다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른바 ‘이종범 빼가기’로 야구팬의 원성을 듣고 있는 JTBC 새 프로그램 최강야구 얘기다.
KT 타격코치에서 최강야구팀 감독으로 ‘이직’한 이종범의 선택은, 더이상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어차피 매년 개인사업자격인 계약직 신분이니, 야구판이든 예능판이든 본인이 선택할 문제다. 직업 선택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므로, 어떤 결말이든 개인의 선택을 나무랄 필요는 없어보인다.

팬 입장에서는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야구 예능프로그램에서 ‘감독역할’을 하는 모습이 아닌 ‘프로야구단 감독’으로 이종범을 볼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꼴이어서다. 또 모르는 일 아닌가. 성적보다는 인기, 화제성, 이슈, 팬덤 등에 현혹돼 ‘예능인 이종범’을 사령탑에 앉힐 구단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어차피 대중은 자신의 생계가 달린 일이 아니면, 깊이 들여다보지 않는다. ‘종범신(神)이 고향 선배를 배신하고 불꽃야구 김성근 감독의 대항마로 나선다’는 사실만으로도 최강야구는 와우포인트 생성에 성공했다. 부정적 이슈이지만, 최강야구는 아직 방송 전이다. 대중에게 프로그램 제목을 각인시킨 것만으로도 ‘예능논법’으로는 절반의 성공이다.

방송사 대응도 절묘했다. JTBC는 이종범에 대한 부정이슈가 방송사 비난으로 확산하자 ‘일문일답’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이종범이라는 이름이 주는 파급력을 십분 활용한 셈이다. 최강야구행 사실이 알려진 뒤 이종범은 방송사측의 공식 입장문 공개 전 언론과 접촉을 피했다. 스포츠·연예 미디어가 생성한 ‘스포츠 관련 부정이슈’는 사흘을 넘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야구계에 종사하는 마케팅 전문가라면 모를 수 없다. 타이밍도 내용도 받아쓰기를 즐기는 미디어에는 가뭄의 단비다.
이슈를 분산하는 데 성공하니 출연진에 관한 정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알만 한 선수들 명단이 하나둘 흘러나오면 이내 ‘단독’ 경쟁으로 번진다. 사안의 본질은 묻히는 수순. 이쯤되면 ‘불꽃야구와 어떻게 다른지 보자’는 호기심이 생긴다.

방송사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어차피 방송은 9월이라 ‘6말7초’에 붙은 불은 꺼진 뒤다. 온에어 직전에 왕년 스타들의 눈물 환호 환희 등의 감정에 ‘감독 이종범’의 카리스마를 멋스럽게 편집해 선공개하면, 호기심은 배가된다. 최강야구가 ‘오리지널’이라는 점을 부각하면, 불꽃야구와 경쟁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손해볼 게 없는 장사다.
그래서 걱정이 앞선다. 일각에서는 ‘총알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로 제작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금전적 기대감이 야구보다 앞서면, 끝은 뻔하다. 야구팬들이 추앙하던 이종범을 살리려면, 프로그램이 성공해야 한다. 그를 ‘예능판’으로 끌어들인 후배들이 이런 책임감을 가질까? ‘예’라는 답이 선뜻 나오진 않는다. zza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