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예술로 승화한 ‘프리다 칼로’ 삶의 재해석

눈 뗄 수 없는 순간의 연속…인터미션 없이 110분 순삭

‘비교 불가’ 13명의 여배우가 펼치는 ‘쇼뮤지컬’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인생이 쉽지 않다고 하지만, 프리다 칼로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는 신의 저주를 예술로 승화해, 끝내 기쁨의 환희로 인류의 영웅이 된다. 프리다가 이슬로 잠든 지 71년이 흐른 2025년,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외치며 등장한 13명의 ‘여전사’들이 그의 위대한 역사를 세상에 알린다. 이들의 쇼타임이 시작됐다. “Viva da Vida!(인생이여 만세)”

뮤지컬 ‘프리다’는 현대 미술사에서 가장 강인하고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혁명과도 같았던 이야기를 그린다.

프리다의 이름 앞에 붙은 ‘고통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처럼 그의 삶 절망의 연속이었다. 웃은 날 뒤엔 항상 절망의 그림자가 그를 휘감았다. 6세에 찾아온 척추성 소아마비, 16세에 전교생 2000명 중 35명뿐인 멕시코 명문 에스쿠엘라 국립예비학교 입학, 18세 교통사고로 오른손만 남기고 전신마비. 이것도 모자라 21세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결혼한 남편 디에고 리베라의 주체할 수 없는 바람기, 골반 기형으로 인해 연이은 유산, 신체 일부를 절단해야 하는 수술. 아픔과 슬픔, 배신과 분노가 그를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프리다의 버림받은 삶에서 한 줄기 빛은 그림이었다. 유일하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오른손으로 연필로 잡고, 웃고 우는 자신의 초상화를 그렸다. 그의 캠퍼스는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으로 물들었다.

◇ ‘반전에 반전’ 죽음도 무릎 꿇은 불굴의 ‘의지’, 아니 ‘사랑’

작품 속 ‘프리다’의 인생은 요란한 사이렌으로 흐른다. 좌절에서 해방을 허락하는 전환점일 때도 있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을 처참하게 무너뜨리는 경고음으로 더 많이 울린다. 그를 처참히 무너뜨리고 절망의 늪으로 깊이 끌어들이는 악마의 웃음과 같다.

‘프리다’는 자신의 색깔을 블랙, 레드, 화이트로 정했다. 각각 환생, 고통, 사랑을 의미한다. 지독한 어둠에서도 반드시 살아날 구멍이 솟아난다. 강렬하지만 위험한 사랑의 아픔도 경험한다. 하지만 숨통을 조이는 괴로움 속에서 찾은 예술을 통해 아름다운 내면을 발견한다. 그리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행복한 순간을 그림으로 남긴다.

불의의 사고로 인해 인생의 조각이 처음으로 부서진 시간, 죽음과 생존 사이에서 갈등하던 ‘프리다’에게 우주의 평행세계에서 찾아온 6세의 ‘프리다’를 만난다. ‘죽음’으로 ‘영생’을 찾으라는 악마의 달콤한 속삭임을 또 다른 자아인 ‘프리다’가 ‘삶’의 ‘영원’으로 병든 영혼을 치유한다.

아버지가 선물한 거울은 차가운 침대에만 누워있는 ‘프리다’가 볼 수 있는 유일한 세상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비참한 모습에 거울을 깨부쉈을 텐데, 그는 달랐다. 오른손으로 겨우 잡은 연필로 거울 속 자신을 그렸다. 창 없는 방에 가둔 감옥을 무너뜨리는 순간, 그의 어깨에 날개가 돋는다.

‘프리다’에게 남성의 ‘본능’을 주장하는 ‘디에고’는 독약이었다. 아버지의 죽음과 세 번의 유산은 살아남은 자의 고통이었다. 사랑하는 이들의 배신과 죽음으로 울부짖고 괴로워 몸부림친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며 다시 일어선다. ‘프리다’에게 “사랑은 종교였고, 고통마저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그를 암흑 속 구렁텅이로 점점 빠져들게 했던 갑옷이었던 코르셋과 창이었던 목발을 벗어던지는 순간,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맞이한다.

◇ 국보급 여배우들의 축제 현장 “놀 준비됐습니까?”

세 번째 시즌을 맞은 ‘프리다’는 뮤지컬 무대의 중심 대학로에서 공연 중이다. 앞서 초연과 재연의 공연장에 비해 작은 규모로 이동했지만, 작품이 품은 강렬함은 더욱 섬세해졌다.

‘프리다’의 희로애락을 보여주는 모자이크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조각들처럼 부서졌다가 다시 꿰맞춰진다. 이 안에 그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배신, 절망과 희망, 마지막 환희까지 오색빛깔로 색칠한다. ‘프리다’의 그림은 당시 그가 느꼈을 감정을 대변한다. 꿀벌보다 더 부지런히 날갯짓하는 벌새는 그를 희망과 기회의 땅으로 인도한다.

어느 공연에서도 13명의 배우를 한 무대에서 볼 수 없는 공연이 바로 ‘프리다’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파워’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폭발적인 성량을 겸비한 노래와 시시각각 변하는 신들린 연기, 폭주 기관차를 연상케 하는 댄스와 관객까지 잡아먹을 기세의 애드리브까지, 인터미션 없이 110분을 숨차게 달리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종착지에 다다른다.

뮤지컬의 진수를 확실히 보여주는 배우들로 인해 ‘쇼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완성한다. 매 공연 4인 4색의 캐스트별 회전문이 ‘필수’라는 이유 있는 답변이다.

‘프리다’ 역 김소향·김지우·김히어라·정유지는 살아있는 ‘프리다’의 삶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레프레하’ 역 전수미·장은아·아이키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애드리브, 특히 탭댄스는 놓쳐서는 안 되는 관전 포인트다. 이번 시즌에 새로 합류한 아이키는 자신만의 프리댄스로 작품의 볼거리를 추가했다. ‘데스티노’ 역 이아름솔·이지연·박선영은 ‘프리다’의 죽음 앞에서 섬뜩한 광란의 쇼를 펼쳐 관객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메모리아’ 역 박시인·허윤슬·유연정은 작품 속 유일한 순수 캐릭터로 어두운 조명으로 뒤덮인 무대를 밝게 비춘다.

한편 시대 불변,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프리다’는 오는 9월7일까시 서울 대학로 NOL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