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경무전문기자]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운동부의 감독과 선수들은 선거 때만 되면 불안하다. 지자체장이 바뀔 경우, 그동안 잘 유지돼오던 운동부가 일거에 해체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지난 2021년 이천시청 남자소프트테니스팀이 그랬다. 그런데 지난해말 서울 도봉구청이 선수들이 이적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남자테니스팀에 대해 일방해체를 통보하면서 선수들은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생존권 보장도 없이 운동부는 아무렇게나 없애도 된다는 ‘무자비함’의 극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
도봉구청의 팀 해체 통보도 참 비인간적이다. 두차례나 임지호 감독의 면담요청을 거부한 오언석 구청장의 행태도 그렇거니와, 지난 12월26일 도봉구청은 등기우편을 보내 선수들에 대해 ‘계약 만료 및 재계약 불가’를 통지했다.
이와 관련해 임지호 감독은 “팀 해체가 구청장 마음이라고 해도,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을 수 있도록 시간을 줬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60살을 넘긴 나야 괜찮지만, 이미 이적이 다들 마무리된 시점에서 젊은 선수들은 당장 갈 팀이 어디에 있느냐”며 안타까워했다.
도봉구청 남자테니스팀은 지난 2006년 2월 임지호 초대 감독 체제로 창단됐고, 16년 동안 전국체육대회에 빠짐없이 출전했다. 우승을 하지는 못했으나 여러차례 3등에 오르는 등 성과도 냈다. 구청사람들을 상대로 선수들은 일년에 4번 정도 재능기부 활동도 벌였다. 대한테니스협회 주최 엘리트 대회에도 출전해 여러차례 우승도 했다.
도봉구청은 지난해 7월초 국민의힘 소속의 오언석 구청장이 새롭게 취임했다. 이후 테니스팀이 해체될 수 있다는 소리도 나왔다. 그리고 지난 연말이 돼서야 공식문서를 통해 날벼락같은 팀 해체가 이뤄졌다. 그것도 우편으로.
소속 선수는 김동환(30)과 장우혁(20)이다, 대구시청과 건국대에서도 다른 선수가 입단하기로 했으나 자연적으로 무산됐다. 지난 16년 동안 잘 운영돼오던 테니스팀을 구청이 느닷없이 해체하기로 한 것은, 홍보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 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지호 감독에 따르면 테니스팀 운영비는 1년에 5억원이 약간 넘는다. 시와 구비 반반씩으로 충당된다. 이런 팀 운영비는 보통 15억원 이상이 드는 다른 실업팀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도 구청장이 바뀌었다고 돌연 팀을 해체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물론 여러가지를 판단해 팀을 해체할 수 있다. 그러나 해체는 합당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당장 자신의 일터를 잃게 될 선수들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 운동부는 선수단과의 아무런 면담도 없이, 아무 때나 막 해체해도 괜찮은가? 도봉구청장에게 묻고 싶다. kkm100@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