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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이 지난해 8월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넷플릭스 영화 ‘서울대작전’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배우 유아인(37·본명 엄홍식)이 조용하다.

억울한 일이 있을 때마다 장문의 글로 자신의 심경을 밝히고 누리꾼들과의 설전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다. 4일째 이어지는 침묵이 유독 길게 느껴지는 이유다.

유아인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은 지난 8일 불거졌다. 이날 TV조선 ‘뉴스9’은 국내 정상급 30대 남자 배우 A씨가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투약한 정황이 포착돼 지난 6일 경찰 조사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A씨의 정체는 유아인이었다. 누리꾼들이 A씨를 두고 추리에 열 올리는 가운데 소속사 UAA가 먼저 나섰다. UAA 측은 “유아인이 최근 프로포폴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며 “현재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속사가 곧바로 경찰 조사 사실을 인정하자, 일각에서는 떳떳하기 때문에 가능한 대응이라고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여론은 오래가지 못했다. 유아인이 2021년부터 여러 병원을 돌며 프로포폴을 처방받았으며, 그의 소변에서 일반 대마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보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유아인이 마약을 투약했는지보다 그가 직접 해명에 나설지에 더욱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그간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데에 주저함이 없던 그가 이번에도 직접 나서지 않겠냐며 기대하는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 유아인은 당장 지난해 11월에도 악성 루머에 대응했다. 같은 해 10월 29일 이태원 일대를 찾은 그를 보기 위해 사람이 몰려들면서 참사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소문이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채널에 “누가 더 잘났는지 모르겠다. 누가 더 잘못했는지는 더 모르겠다. 꺼진 생명을 무기로, 방패로, 소재로, 안주로, 걸림돌로 삼느라 꺼지지 않는 화면들. 통곡의 주인보다 더 시끄러운 개소리들”이라고 적었다. 이 게시물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담았다고 해석됐다.

이른바 ‘애호박 게이트’도 유아인의 대표 필모그래피로 꼽힌다. ‘애호박 게이트’는 유아인이 2017년 자신에 대해 ‘냉장고 열다가도 채소 칸에 뭐 애호박 하나 덜렁 들어 있으면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나한테 혼자라는 건 뭘까? 하고 코 찡끗할 것 같음’이라고 표현한 누리꾼에게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코찡끗)’이라고 응수하면서 시작된 논쟁이다.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연습생 출신 한서희가 합류하면서 페미니즘을 둘러싼 다툼으로 번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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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아인이 지난 6일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는 혐의를 받고 경찰 조사를 받았다. 스포츠서울 DB

이처럼 유아인은 세간의 시선이 부정적이더라도,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민감한 사안이라도, 제 뜻을 굽히지 않고 전달해왔다. 어떤 이는 그를 유별난 사람으로 보기도 했으나, 솔직하고 당당한 면모를 좋아하는 팬들 역시 많았다. 유아인 특유의 문체와 화법도 호불호가 갈렸지만, 이를 동경하는 마니아층이 분명히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강력한 방패는 본업인 연기였다. 최근 성과만 봐도 훌륭하다.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에서 신흥 종교 새진리회의 수장 정진수 역을 맡아 의뭉스러운 인물을 몰입도 높게 그려냈고, 2020년 개봉된 영화 ‘소리도 없이’에서는 대사가 없는 캐릭터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제30회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하지만 유아인이 20년간 구축한 ‘일 잘하고 할 말은 하는 이미지’가 단번에 무너져 내릴 위기에 처했다. 지금껏 그의 거침없는 행보가 신념으로 존중받을 수 있었던 까닭은 자신만의 견고한 논리가 있고, 그 논리가 적어도 선(善)에서 비롯됐다는 대중의 믿음이 있었던 덕분이다. 이에 범법과 직결되는 이번 논란은 그 어떤 문제보다도 그에게 치명타일 것으로 보인다.

마약 투약 여부부터 그간 언행까지 심판대에 오른 가운데, 유아인의 체모 검사 결과는 오는 20일께 나올 예정이다. 이를 반영한 수사 결과에 따라 그를 향한 엇갈린 시선은 하나로 모일 전망이다. 그가 강력하게 피력했던 견해들은 이미 ‘비겁한 아집’으로 폄하되는 모양새다. 대중은 그의 입 혹은 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notglasses@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