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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선발투수 이민호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자이언츠 컴플렉스에서 훈련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스포츠서울 | 애리조나=윤세호기자] “제가 얼마나 못하면 이렇게 나가지도 못할까…자책을 많이 했어요.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다짐도 했고요.”

일 년 내내 롤러코스터를 탔다. 어느 팀 투수와 비교해도 부럽지 않은 호투를 펼치다가도 다음 경기에서는 조기강판으로 허무하게 물러났다. 입단 3년 만에 두 자릿수 승을 거두고 개인 최다 이닝도 소화했는데 얻은 것 만큼 잃은 것도 많은 시즌이 됐다. 26경기 12승 8패 평균자책점 5.51로 2022시즌을 마친 LG 선발투수 이민호(22) 얘기다.

승리투수가 된 경기와 그렇지 않은 경기의 편차가 유독 심했다. 1선발 에이스와 5선발도 하지 못하는 두 얼굴의 투수였다. 선발승을 거둔 12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1.35로 특급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나머지 14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10.77이었다. 선발투수임에도 경기 초반 실점하면 조기 강판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평균자책점이 치솟았다.

그렇다고 아쉬움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미국 애리조나 스코츠데일 자이언츠 컴플렉스에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이민호는 “일찍 불펜을 가동하는 게 우리 팀 장점을 살리는 운영이었다. 중간투수들이 워낙 좋으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안정적이지 못한 게 문제였다. 중간투수가 일찍 등판했다는 것은 핑계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극심한 기복에 대해 “심리적인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점수를 내주면 조기강판될 수 있으니 더 맞으면 안 된다는 마음이 컸다. 급하게 던지기도 했고 맞지 않으려다가 볼넷을 주고 위기에 몰렸다”고 지난해 고전했던 경기들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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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선발투수 이민호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자이언츠 컴플렉스에서 투수들과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정규시즌에는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았으나 포스트시즌에서는 불펜에만 머물다 등판하지 못했다. 엔트리에는 포함됐지만 LG는 이민호를 롱릴리프 혹은 연장시 사용하는 투수로 뒀다. 키움과 플레이오프 시리즈 선발진을 켈리~플럿코~김윤식~켈리~플럿코로 구성했다.

이민호는 “팀이라도 이기기를 바랐는데 너무 허무했다. 중간투수로 대기는 했지만 사실상 등판할 타이밍이 없었다. ‘내가 얼마나 못하면 이렇게 나가지도 못할까…’ 자책을 많이 했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털어놓았다. 신인이었던 2020년에는 한 차례 포스트시즌 선발투수로 나섰는데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가을야구를 벤치에 앉아서 바라만 봤다.

아쉽게 한 해를 마무리했지만 다시 기회가 왔다. LG 염경엽 감독은 켈리, 플럿코, 김윤식에 이어 이민호까지 4선발을 확정지었다. 캠프에서 마지막 5선발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민호는 “작년에 그렇게 좋은 모습은 아니었는데 감독님께서 나를 믿고 한 자리를 주셨다. 감사한 마음이 크게 들고 작년처럼 던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과제는 뚜렷하다. 보다 안정된 제구, 그리고 단순한 투구 패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민호는 “보다 꾸준히 밸런스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제구도 된다”며 “세 번째, 네 번째 구종도 이제는 꾸준히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커브와 체인지업을 내 구종으로 만들 것이다. 작년까지는 좀 던졌다가 제구가 안 된다 싶으면 던지지 않았다. 올해는 던지겠다”고 밝혔다.

부족함을 느꼈다. 그리고 주위 환경은 동기부여가 됐다. 이민호는 “ 프로가 굉장히 어려운 곳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구위가 떨어졌다는 느낌은 없는데 이제는 타자들이 내 공을 많이 본 만큼 대응을 잘 한다. 잘 맞은 타구도 점점 더 많이 나온다. 더 많은 구종을 던질 수밖에 없다”면서 “윤식이형이 WBC 대표팀에 뽑히는 모습을 보고 많이 부러웠다. 특별히 경쟁의식을 느낀다기 보다는 일단 나부터 잘하고 싶다. 내가 잘하면 팀 성적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다른 사람을 신경쓰는 게 아닌 나부터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 시즌 목표는 높다. 태극마크를 달고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AG).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승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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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선발투수 이민호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자이언츠 컴플렉스에서 훈련 후 사진을 찍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이민호는 “프로 선수니까 대표팀에 나가고 싶은 것은 당연한 마음이라고 본다. 두 대회 모두 나가고 싶다. 하지만 그전에 그에 맞는 실력부터 갖춰야 한다”면서 “연령제한이 있는 대회라고 해도 오른손 투수는 경쟁이 심하다. (곽)빈이형 (소)형준이 (원)태인이형, 그리고 문동주까지 좋은 투수들이 많다. AG 엔트리에 들기 위해서는 시즌 초반 성적이 중요하다. 첫 12번 선발 등판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시즌 초반 질주를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