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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지난달 14일(한국시간)이었다. LG 스프링캠프 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 스코츠데일 자이언츠 컴플렉스 불펜에서 한 선수의 투구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고정됐다. 당시 심판진이 불펜에서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임했는데 한 심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심판은 불펜피칭을 지켜보는 LG 선수단을 향해 “대체 저 투수는 누구냐?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공이 정말 좋다”고 감탄했다. 이 말을 들은 베테랑 포수 허도환은 “우리 팀 선동열입니다”라며 넉살 좋게 웃었다. 이름과 체구, 그리고 구위까지 선동열 전 감독과 비슷한 LG 성동현(24)이 불펜피칭 주인공이 된 순간이었다.
구단 내부에서는 이미 큰 기대를 받고 있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지난해 2군에서 단계적으로 비중을 넓혔다. 퓨처스리그 초반에는 여유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지만 6월부터 마무리투수로 등판했다. 10월에는 만 23세 이하 야구월드컵 대표팀에 참가해 1승 2세이브를 올렸다. 속구 최고구속이 150㎞ 중반대까지 올랐고 올해 1군 필승조 진입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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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감독 머릿속에도 성동현 이름 석자는 선명하게 자리하고 있다. 염 감독은 지난해 11월 마무리캠프에서 “성동현은 1군 자원으로 보고 있다. 향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선수”라며 “시즌 초반에는 여유있는 상황에서 등판시키고 1군에서 적응하면 점점 더 중요한 상황에서 등판시킬 것이다. 9월 아시안게임 기간 필승조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염 감독의 구상대로 성동현은 올해 1군 캠프에 참가해 2018년 신인 시절 이후 첫 1군 무대를 응시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네덜란드 대표팀과 올해 첫 실전에 등판해 속구 최고구속 152㎞를 찍었다. 8회 마운드에 올랐는데 이날 등판한 LG 투수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졌다.
지금이 둘도 없는 기회다. 일단 등판 기회 자체가 많다. 고우석과 정우영 필승조 원투펀치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합류한 만큼, 네덜란드전처럼 경기 후반에 마운드에 설 수 있다. LG는 오는 2일 LA 다저스와 평가전을 치른 후 6일 귀국한다. 이후 14번의 시범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WBC가 종료되는 시점까지 시범경기가 성동현에게는 1군 필승조 오디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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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군 진입로는 비좁다. 이미 불펜 포화 상태인데 성동현 외에 윤호솔, 유영찬 등 새 얼굴들이 1군 진입을 노린다. 그래서 앞으로 실전이 중요하다. WBC가 한창일 때 시범경기에서 압도적인 피칭을 필치는 게 성동현에게는 베스트 시나리오다. 성동현이 목표를 이루면 LG는 고우석, 정우영, 이정용, 이우찬에 성동현까지 150㎞대 필승조 5인방을 가동한다. 여기에 윤호솔까지 지난 시즌 초반 모습을 보여주면 150㎞를 던지는 불펜투수만 6명이 된다.
투수는 다다익선이다. LG는 특히 그렇다. 고우석, 정우영이 9월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 아직은 1군 심판진에게도 낯선 성동현에게 올시즌은 더할나위 없는 기회다. 기회를 살리면 1군 무대 첫 홀드, 첫 세이브는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활약만 하면 ‘성동현’ 이름 석자를 알리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