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민
넷플릭스 ‘피지컬100’에서 준우승한 경륜선수 정해민. 제공|넷플릭스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오디션과 서바이벌의 핵심은 ‘공정성’이다. 스포츠경기든, 노래 오디션이든 동일한 조건에서 출발해 결과에 승복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오디션과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묘미다.

최근 재경기 의혹을 받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피지컬100’과 상해전과를 가진 출연자 밀어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MBN 오디션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은 그런 면에서 서바이벌과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켜야 할 ‘공정성’ 가치를 훼손해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제작진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의혹은 커질 수 있기에 시청자들의 의문에 답해야 할 시간이 임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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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피지컬100’의 한장면. 제공|넷플릭스

◇‘피지컬100’,스포츠맨십과 리얼리티 잃은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

준우승자 정해민의 폭로로 알려진 넷플릭스 ‘피지컬100’의 결승 경기 중단 사태는 스포츠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가장 중요한 가치인 ‘스포츠맨십’과 ‘리얼리즘’을 간과한 점이 시청자들의 거센 분노를 샀다.

경륜선수인 정해민은 지난 달 2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결승전 마지막 경기인 ‘무한 로프 당기기’ 경기 초반 자신이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제작진이 기계 결함과 오디오 사고를 이유로 두차례 경기를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정해민은 이 인터뷰에서 “제작진에게 ‘다만 내가 왜 졌는지, 내가 힘이 빠졌을 수밖에 없는 당시 상황을 리얼리티답게 내보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재경기 전에는 무엇이든 들어줄 것처럼 하던 제작진이 갑자기 태도가 바뀌면서 ‘참가자는 편집에 관여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왔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해민의 폭로에 ‘피지컬100’을 제작한 MBC 시사교양국 측은 결승전 당일 상황을 타임라인으로 정리해 ‘스포츠서울’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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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공개한 ‘피지컬100’ 결승전 타임라인. 사진제공|MBC

MBC가 공개한 타임라인에 따르면 오후 6시 35분께 최종결승 경기가 시작됐으나 6시 45분께 최초로 경기가 중단됐다. 중단사유는 줄타래 소음 문제다.

제작진은 “우진용 출연자의 줄타래에서 나는 큰 소음이 마이크에 매우 심하게 타고 들어가 기술적으로 활용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판단으로 제작진이 중단을 요청했다”며 “줄타래의 회전축이 로프를 따라 밖으로 이탈하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장치 부분에서 발생하는 마찰음을 체크하고 윤활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6시 55분 44초께 경기를 재개했지만 불과 30초만인 6시 56분에 두 번째로 경기가 중단됐다. 경기중단 사유는 우진용 측 줄타래에서 풀린 밧줄이 회전하던 줄타래 줄과 엉키면서 줄타래가 돌 수 없이 고정돼 버렸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중단시간이 길어질 경우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두 출연자에게 사과와 양해를 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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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공개한 ‘피지컬100’ 결승전 타임라인. 사진제공|MBC

아울러 처음부터 스퍼트를 냈던 정해민이 우진용보다 45m 가량 앞서고 있음을 공지하고 격차를 반영해 경기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기한 의혹처럼 우승자가 결정된 상태에서 진행 상황을 백지로 만드는 재경기가 없다는 MBC와 넷플릭스 측 해명은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통상 스포츠경기가 단 한 번의 경기로 승부가 결정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제작진의 해명은 2% 부족하다. 더욱이 장비 문제 등 제작진의 준비 부족으로 경기가 중단된 것은 선수들의 경기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편집이 제작진의 고유 권한이라는 말은 맞지만 스포츠 경기를 소재로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인만큼 당시 상황을 반영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제작진은 한국 예능 최초로 넷플릭스 비영어권 1위 프로그램이라는 의미와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린 셈이다. MBC 측은 2일 오전까지 진실을 밝히기 위한 원본 영상 공개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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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불타는 트롯맨’ 황영웅 제공 | MBN

◇‘불타는 트롯맨’, 핵심은 황영웅 ‘전과’ 아닌 밀어주기 의혹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인 ‘불타는 트롯맨’은 특정 출연자 밀어주기 의혹으로 공정성이 훼손된 상태다. 이 프로그램의 유력 우승 후보 중 한 명인 가수 황영웅은 프로그램 심사위원인 가수 조항조 소속사와 연계돼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지적됐고 설상가상 과거 상해 전과 등을 지닌 이력이 공개되면서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전과를 가진 출연자가 오디션에 지원하는 건 불법이 아니다. 황영웅의 경우 검찰의 약식 기소에 의한 벌금 50만원 처분을 받고 벌금을 납부한 만큼 법적인 책임을 다했다.

문제는 ‘공정성’과 ‘형평성’이다. 2020년 같은 제작진이 만든 TV조선 ‘미스트롯2’ 출연자 진달래는 학교폭력 가해 의혹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미성년자 시절 저지른 학교폭력과 성인이 돼 법적으로 제재를 받은 상해는 죄질이 엄연히 다른 만큼 진달래와 같은 기준으로 출연자를 하차시켜야 한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덕현 평론가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시청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공정성’이다. 그렇기에 투표조작 논란이 일었던 ‘프로듀스101’ 제작진이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며 “‘불타는 트롯맨’ 제작진이 황영웅을 감싸면 감쌀수록 프로그램과 제작진을 향한 의심이 짙어질 수 있기에 스스로 우리 엔터테인먼트와 황영웅과 아무 관계가 없음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mulga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