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표팀 김원중이 9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 B조 호주와 경기에서 7회초 로비 글렌디닝에게 3점 홈런을 맞았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도쿄(일본)=황혜정기자] 믿는 도끼에 발등이 제대로 찍혔다. 이강철(57) 감독의 ‘매직’도 통하지 않았다. 그 어떤 용병술도 선수들이 수행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법이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한국 야구 대표팀이 예선 라운드 첫 경기 호주전에서 7-8의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반드시 이기겠다”고 했으나 결과는 완패다.

방망이가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고, 마운드도 무너졌다. 당장 10일 ‘B조 끝판왕’ 일본을 만나는 상황. 한일전의 특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전력상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호주전이 중요했다. 딱 한 경기 했고, 그 경기를 졌는데, 8강 진출에 먹구름이 꼈다.

특히 투수진에서 믿었던 카드들이 흔들린 것이 치명타가 됐다. 우선 선발 고영표가 4.1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2사구 4탈삼진 2실점으로 주춤했다. 출발은 괜찮았다. 1회는 삼자범퇴였고, 2회초에는 1,3루 위기를 탈출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3회 또한 잘 막아냈다.

WBC 대표팀 고영표가 9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 B조 호주와 경기에서 4회초 무사 만루위기를 맞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4회초 들어 몸에 맞는 공, 안타, 볼넷을 잇달아 내주며 무사 만루에 몰렸다. 희생플라이를 내줘 스코어 0-1이 됐다. 5회초에도 1사 후 팀 케넬리에게 솔로 홈런을 맞아 0-2가 됐다. 결국 고영표는 여기까지였다.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일품인 투수다. 상대적으로 사이드암에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이 많은 호주이기에 맞춤 카드로 준비했다. 호주 감독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고영표 카드가 오롯이 통하지 않았다.

이후 원태인이 1.1이닝 무실점, 정철원이 0.1이닝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실점은 아쉽지만, 최소화는 성공했다. 5회말 양의지의 역전 스리런, 6회말 박병호의 적시 2루타가 터지며 4-2로 역전까지 갔다. 분명 한국의 페이스였다.

지키지 못했다. 7회초 소형준이 올라왔다. 몸에 맞는 공-안타-희생번트를 통해 1사 2,3루에 처했다. 제구가 흔들리면서 어렵게 갔다. 결국 이강철 감독은 교체를 택했다. 오릭스-한신과 평가전에서 호투를 펼쳤던 ‘장발 마무리’ 김원중을 냈다.

WBC 대표팀 양현종이 9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 B조 호주와 경기에서 8회초 3점 홈런을 얻어맞은 후 허탈해 하고 있다. 2023.03.09.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김원중이 무너졌다. 알렉스 홀을 삼진 처리하며 투아웃을 만들었으나 로비 글렌디닝에게 좌월 3점포를 맞았다. 카운트 1-1에서 3구째 던진 포크볼이 높은 쪽으로 밋밋하게 들어갔다. 딱 치기 좋은 코스가 됐다. 충격의 3점포 허용이다. 4-5 역전이 됐다.

8회초에도 등판한 김원중은 애런 화이트필드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여기서 한국 벤치가 다시 움직였다. 김원중을 내리고 양현종을 올렸다. 이 교체마저 실패다. 양현종이 릭슨 윈그로브에게 빗맞은 내야 안타, 로건 웨이드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았다. 1사 2,3루가 됐다.

다음 로비 퍼킨스에게 좌월 3점 홈런을 내줬다. 초구 89.2마일(약 143.6km)의 속구가 몸쪽 높게 들어갔고, 퍼킨스가 그대로 통타, 3점 홈런이 됐다. 순식간에 4-8까지 점수가 벌어지고 말았다. 이용찬이 등판해 아웃카운트 2개를 잡으며 이닝을 마쳤으나 내준 점수가 너무 뼈아팠다.

8회말 3점을 내며 7-8까지 추격했다. 그 이상이 없었다. 허무한 패배다. 10일 곧바로 일본을 만난다. 8강 진출을 위해 ‘무조건’ 이겨야 하는 처지가 됐다. 투타 전력상 대회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호주 이상이다. 이날 대표팀 투수들의 컨디션을 봤을 때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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