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춘
1973년3월11일 선데이서울 표지를 장식한 배우 이효춘.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지금으로부터 50년전인 1973년3월11일, 선데이서울 230호 표지 모델은 봄꽃처럼 화사한 스물셋 신인 탤런트 이효춘이었다.

선데이서울은 당시 상금 50만 원을 걸고 브라운관의 공주를 뽑는 독자 인기투표를 진행했다. 그 첫 후보가 그해 1월1일부터 KBS TV에서 방송 중이던 일일극 ‘파도’의 주연 이효춘이었던 것. 기사는 그녀가 ‘파도’의 주연으로 캐스팅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는데, ‘한국 TV 드라마 50년사’에 실려있는 에피소드를 종합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이렇다.

◇우리 탤런트를 감히? 가택연금도 불사한 ‘파도’ 캐스팅 전쟁

KBS는 1972년 12월 29일, 널리 알려진 공전의 히트 드라마 ‘여로’를 211회로 끝내고 후속작으로 새해 첫날부터 곽일로 극본, 김연진 PD(훗날 KBS TV드라마 국장) 연출의 ‘파도’를 준비하고 있었다. 드라마의 명운을 좌우할 여주인공으로 당시 TBC TV 드라마 ‘아씨’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김희준을 낙점하고 접촉했다. 그러나 김희준은 결혼을 앞둔 데다 이미 은퇴를 결심하고 있어 실패로 끝났다.

이번에는 녹화 사흘 전에 MBC 전속 탤런트 김민정을 스카우트해 계약서를 쓰고 첫 회 대본까지 넘겼다. 그런데, 다음 날 연습시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아 알아보았더니 눈치를 챈 MBC 제작진에게 연금(?)을 당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김민정도 실패했다.

여기에서 1970년대 TV 3사 탤런트 시스템에 대해 언급해 둘 것이 하나 있다. 당시는 KBS, MBC, TBC TV가 있었고 탤런트는 전속제로 각 방송사에 묶여 있었다. 방송사를 옮긴다는 것은 일반 회사원이 퇴직하고 다른 회사로 전직을 하는 것과 비슷했다. 그러니 인기 있는 타 방송사 탤런트를 빼 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탤런트로서도 모험이었다. 전속제는 1980년 이른바 언론 통폐합으로 TBC TV가 KBS로 통합되면서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다시 이효춘의 캐스팅 이야기이다. KBS로서는 크게 성공한 드라마 ‘여로’의 후속작이었기에 작가, 연출자, 출연자 모두 부담이 여간 아니었는데 여주인공 캐스팅까지 꼬이는 바람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녹화날은 또박또박 다가왔고 피를 말리고 있을 때 작가(곽일로)가 처녀 한 사람을 데리고 왔다. 바로 녹화 하루 전이었고 그녀가 이효춘이었다.

1970년 TBC 탤런트에 뽑혀 석 달 교육만 받고 대학원(중앙대 연극영화과)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꿩 아니면 닭이고 이것저것 따질 처지가 아니었던 연출자는 당장 그녀로 결정하고 대본 연습 열심히 하라고 신신당부해 보냈다. 그런데 한밤중에 연출자 집으로 걸려온 전화는 “아무래도 자신이 없다”며 울더라는 것이다. 앞이 캄캄해진 연출자는 반은 달래고 반은 호통치며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죽을 맛이 되어 방송국에 나왔더니 연습을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 TV드라마 50년사’에 실려있는 탤런트 이효춘의 데뷔기다. 촬영 내내 툭하면 눈물을 흘려 ‘수도꼭지’라는 별명을 얻은 그녀는 드라마 ‘파도’를 장장 9개월여를 끌고 갔고 결국 한 시대를 풍미하는 탤런트가 되었다. 드라마 ‘파도’는 열여섯 처녀가 대감 집에 여종으로 들어와 숱한 시련을 겪으며 살아가는 지난한 인생사로 1973년 1월1일 첫 회를 방송하고 10월 6일 최종회를 방송했다.

신성일 엄앵란
배우 신성일 엄앵란 부부의 1964년11월14일 결혼식 당일의 모습. 스포츠서울DB

◇살과의 전쟁을 선포한 어느 여배우

살이 쪄서 고민이라는, 그래서 밥 굶기를 밥 먹듯 한다는 여배우, 그는 엄앵란 씨이다. 사우나, 정구, 볼링, 달리기 등 살빼는 데 좋다는 것은 모두 시도하고 곡기까지 끊었는데… 그 덕분에 70㎏이었던 체중을 10㎏이나 뺄 수 있었다고 했다.

엄앵란은 1964년 ‘한국의 알랭 드롱’으로 통했던 고(故) 신성일과 결혼하며, 당대 최고의 톱스타 커플로 이목을 한몸에 받았다. 결혼 후 1남2녀를 낳은 엄앵란은 당시 막내 딸 수화씨를 낳고 살이 빠지지 않아 고생 중이었다.

고군분투 끝에 살을 뺀 것은 반가운 일이나 자꾸 현기증이 나는 등 부작용(?)으로 울상을 지었고, 남편 신성일 씨는 이 같은 아내의 처절한 살빼기 투쟁을 걱정하면서 “날씬한 것보다 건강한 게 좋다”고 투쟁(?)중지를 종용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기어이 살을 뺀 엄앵란은 그해 남편과 함께 영화에 출연했다. 제목도 잊혀지지 않는 ‘시거든 떫지나 말지’로 엄앵란이 처음으로 도전한 코미디 영화였다. 이듬해인 1974년에 나온 영화 ‘작은 댁’에서는 볼살이 쏙 빠져 전성기 미모를 되찾은 엄앵란을 확인할 수 있으니 과연 ‘여자의 변신은 무죄’다.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성의 한결같은 관심사는 바로 살을 빼서 날씬한 몸매를 갖는 일인 듯하다.

KBS1 \'모이자 노래하자\'
KBS1 ‘모이자 노래하자’의 MC 이상용(오른쪽)과 훗날 배우로 성장하는 꼬마 MC 장서희. 출처 | KBS

◇코미디계 뉴페이스, 뽀빠이 이상용 등장

올해로 데뷔 50년이 되는 뽀빠이 이상용 씨, 당시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던 MBC TV ‘웃으면 복이 와요’에 첫 출연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29세 신인 코미디언이던 이상용은 어려서부터 보디빌딩으로 몸을 단련해와 움직이는 근육으로 웃음을 주는가 하면 학사(출신) 코미디언다운 날카로운 풍자로 시청자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상용은 “서울 삼선교에서 건강 교실을 운영 중이다. 앞으로 ‘코미디 리사이틀’도 갖겠다”고 포부를 밝혔다고 적혀있다.

이상용은 훗날 KBS1 어린이 공개방송 ‘모이자 노래하자’ 에서 ‘뽀빠이 아저씨’로 큰 인기를 끌었고, 1990년대 유일무이 군인방송으로 사랑받은 MBC ‘우정의 무대’에서 탁월한 진행을 선보였으니, 50년간 한결같이 갈고 닦은 솜씨일 것이다.

<자유기고가 로마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