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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콜드게임(Called game)’
한국대표팀이 WBC B조 마지막 중국전에서 5회 22-2로 승리한 뒤 국내의 모든 기사는 콜드게임 승리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WBC 관계자에게 콜드게임 승리라고 하면 고개를 갸웃거린다. WBC 규정에는 ‘머시 룰(mercy rule)’이라고 명기했다. 콜드게임은 일본식 영어다. 머시는 자비롭다는 뜻이다.
미국에서의 ‘콜드게임’은 심판이 몇 가지 이유로 경기를 종료함을 의미한다. 날씨. 경기장 조건, 일몰, 경기 몰수, 통금시간 제한 등의 상황이 벌어질 때 심판이 콜드게임을 선언한다.
야구규칙 7조의 경기종료에 설명돼 있다. 국내에서 자주 접하는 게 일몰과 같은 서스펜디드도 콜드게임이라고 한다. 심판에 의해 경기가 일시 또는 종료되는 것을 콜드게임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언론에서 말하는 콜드게임과는 완전히 뜻이 다르다.
WBC 머시 룰은 5회까지 15점 이상, 7회까지 10점 이상 격차가 벌어지면 자동으로 경기가 끝나게 된다. 한국대표팀은 일본에게 자칫 머시 룰 적용으로 패할 뻔했다. 13-4로 간신히 머시 룰은 피했다. 중국에게 1라운드 탈락 분풀이로 머시 룰 승리로 귀국했다.
‘더블-일리미네이션(Double-elimination)’
WBC 2009년 대회에서 이 방식을 도입해 한국과 일본이 결승전을 포함해 무려 5차례 경기를 치렀다. 토너먼트의 녹다운을 싱글-일리미네이션이라고 한다. 한번 붙어 패하면 탈락하는 방식이다. 더블-일리미네이션은 두 번 이기면 올라가고, 두 번 패하면 탈락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 때는 조별 예선과 결합된 더블-일리미네이션을 사용했다. 미국 칼리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8개팀의 대진은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이고 결승전은 3전2선승제다.
더블-일리미네이션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우승 후보가 조별 예선에서 일격의 1패로 탈락하는 것을 방지한다. 마치 테니스에서 우승 후보에게 시드를 줘 가급적 결승전에서 맞붙도록 하는 점과 흡사하다.
흥행에서도 성공이다. 강한 팀과 두 차례 맞붙게 돼있다. 하지만 똑같은 팀과 자주 경기를 벌이고 아예 조별 예선에서 대결하지 않는 팀도 있는 단점을 갖고 있다.
WBC 2009년 때가 그랬다. A조 예선에서 한국-일본은 두 차례 맞붙었다. 그러나 대만은 한국과 중국에게 잇달아 패해 일본과는 조별 예선도 치르지 못하고 보따리를 쌌다.
2009년 대회를 마치고 한국에서 더블-일리미네이션 방식에 대한 비판이 거세자 토너먼트 방식을 수정해 2013년에는 2라운드에만 적용했다. 2017년부터는 조별 리그로 바뀌었다.
공교롭게도 2013년 1라운드에서 조별 리그가 된 뒤 한국대표팀은 B조 1라운드에서 네덜란드에 패하고 대만 등과 3팀이 나란히 2승1패 동률을 이뤘으나 득실점 차에 밀려 탈락했다. 야구에서 득실점 차로 다음 단계 진출 여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종전 더블-일리미네이션 방식을 고수했으면 1라운드 탈락을 피할 수 있었던 게 2013년 대회였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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