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본질과 상관없이 나를 흔들려고 한다. 충분히 가릴 수 있는 문자메시지인데 왜 공개하는가. 비열하다.”(박수홍)
‘방송계의 신사’ 박수홍이 언성을 높였다.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상대 변호사가 내보인 증거에 잔뜩 흥분하며 분노하기도 했다.
박수홍은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서부지법 제11형사부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 혐의로 기소된 자신의 친형 박진홍 씨 부부 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
법정 출석 전 취재진 앞에서 비교적 덤덤한 표정으로 “가까운 이에게 믿음을 주고 선의를 베풀었다가 피해자가 된 많은 분께 희망이 될 수 있는 재판 결과가 나오도록 증언 잘 하고 오겠다”고 밝혔던 박수홍은 재판 도중 격정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공판에서 박씨 변호인 측은 박수홍의 전 여자친구를 비롯한 개인사가 포함된 내용을 공개한 후 질의해 박수홍을 자극했다.
박수홍을 변호하는 법무법인 에스의 노종언 변호사는 “앞서 1~3차 공판은 물론 15일 열린 4차 공판에서도 상대 변호인은 횡령과 무관한 전 여자친구, 그리고 박수홍의 배우자 문제 등을 제기하는 등 원고인 박수홍에 대한 간접적인 흠집 내기를 하려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
|
실제로 박씨 변호인 측은 앞선 공판에서 박수홍에 대해 “언론 플레이에 능하다” “가족을 악마화했다”고 표현한 바 있다.
이날 박수홍은 피고인 측 변호사에게 “어떤 로펌에서 범죄 수익금으로 수임료를 받아 변호를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박 씨 부부가 변호사 비용을 박수홍 법인 자금에서 빼낸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
법정 증언은 명예훼손으로 고소해도 처벌이 불가능하다. 원칙적으로 법정 증언은 판사와 변호인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 변호사는 “공판에는 취재진도 참가하고 있기 때문에 다분히 이를 노렸을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법정 발언이 원고의 명예를 훼손할 소지가 있을 경우 비공개 공판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박수홍이 이를 원치 않았다고 한다. 노 변호사는 “박수홍은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기 위해 비공개로 공판을 진행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라며 “그동안 허위사실이나 악플로 고통받았지만 이에 대한 오해를 씻고 유사 피해자들에게 선례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공개 공판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향후 공판에서는 이같은 상대의 2차 가해를 막는 게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노 변호사의 관측이다.
한편 박수홍의 친형 진홍씨는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박수홍의 매니지먼트를 전담하면서 회삿돈과 박수홍 개인자금 등 모두 61억7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9월 구속 기소됐다. 형수 이 모(52)씨도 일부 횡령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 부부가 회사 법인카드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고, 형수 이씨가 자주 방문한 백화점 상품권, 피트니스 센터 결제내역, 박수홍의 조카들이 다녔던 학원비 명세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박수홍은 이날 법정에서 “나는 해당 백화점에 간 적도 없고, 피고인들의 카드가 몇 장인지도 모른다. 상품권을 구매한 적도 없다. 은행에 간 적도, ATM도 사용할 줄 모른다. 단 한 번도 은행 거래를 직접 해본 적이 없다”며 “두 피고인이 모든 걸 관리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보유한 ‘깡통전세’ 보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명보험을 해지하면서 형의 횡령을 의심하게 됐다고도 털어놓았다. 그는 “30년 넘게 일했는데 내 통장을 보니 3380만원이 남아있더라”면서 “돈이 있었으면 왜 보험을 해지했겠나. 그때부터 (횡령을) 인지해서 내 계좌 기록을 찾아봤다”고 말했다.
박수홍은 재판 말미 재판부에 “증인이 처음이다. 흥분해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신사다운 모습을 되찾았다.
mulga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