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라이너스의 담요
라이너스의 담요.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인디씬의 터줏대감인 라이너스의 담요(본명 왕연진·33·이하 라담)는 2년여 전 쯤 음악을 포기하기로 마음 먹었다. 2000년부터 꾸준히 해온 음악이 벽에 부딪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음악을 계속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졌어요. 점점 밑천이 떨어지는 것 같고, 음악을 만들지 못할 것 같은 거예요. 공연을 해도 잘하지 못한 것 같고, 자신감도 없었어요. 이렇게 해도 되나? 싶기도 하고요. 자괴감이 심했어요. 데뷔 초기 이름이 알려져 먹고 살만은 했지만 그게 언제까지 이어질지 막막하기만 했거든요.”

음악을 시작할 때 그는 ‘프로’를 꿈꾸지 않았다. 대학교 때 5인조 밴드로 시작된 이 팀은 데뷔 초기부터 팬들의 주목을 받았지만 멤버수가 점점 줄어들어 2년여 전 원맨밴드가 됐다. 이 과정 속에서 라담은 늘 ‘투잡’을 이어왔다.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애시당초 프로의 마인드가 없었어요. 학생, 직장인을 거쳐오며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니, 이걸로 돈을 벌자고 생각하지는 말자는 생각이 있었죠. 음악은 제게 직업보다 행복이었고, 이걸 일로 만들면 즐겁지 못할거라 여겼어요.” 2005년 2월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전공인 호텔경영학을 살려 국내 특급 호텔에서 호텔리어로 재직한 적도 있고, 이후 중고생 영어 과외, 학습지 교사, 카페 풀타임 직원, 바리스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며 음악생활을 병행해왔다.

그러다 음악적 한계에 부딪친 라담, 음악을 포기하는 대신 ‘정면 돌파’를 결심한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음악에 ‘올인’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당시 사귀던 남 자친구와의 결별이었다. “오래 사귄 분은 아니었는데 헤어질 때 그분에게 ‘사람 많이 만나도 좀 그들의 말을 받아들여라. 그리고 쉽게 친해지도록 노력해 봐라’라는 충고를 들었어요. 분명 제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때 달라지기로 마음 먹었고, 음악을 제대로 한번 해보기로 마음 먹었어요.”

[SS포토]라이너스의 담요
라이너스의 담요.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이미 홍대 인디씬의 ‘베테랑’ 뮤지션이던 그는 처음으로 음악 이론과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며 초심으로 돌아갔다. “재즈피아니스트 윤석철 선생님을 처음 찾아갔을 때 악보도 못 읽고, 코드 이름도 하나도 모르는 상태였어요. 1년 약간 안되게 배우는 동안 많은 걸 얻었어요. 재즈보컬리스트 허소영 선생님께 보컬트레이닝을 받았는데 나를 고치려기 보다 내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해주려는 분이었어요. 저를 고치려는 분을 만났으면 큰일날 뻔했는데, 다행히 제가 선생님 복은 있는 것 같아요.”

라담은 “예전 저는 자존심이 강해 누구의 조언을 받을 생각을 전혀 안했어요. 그런데 마음의 문을 여니 모든 게 달라지네요. 사람들이 내가 도움을 청하면 따뜻하게 맞이해주니 지금은 모든 게 다 즐거워요. 음악이 다시 재미있어졌어요”라고 말했다.

‘제2의 음악인생’을 맞이한 그는 대기업 CJ E&M과 최근 계약을 맺고 3년 만의 신보이자 자신의 첫번째 정규앨범인‘매직 모먼츠’를 지난달 발매했다. 타이틀곡 ‘러브 미’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라담은 “지난 앨범과 비교하면 색채가 전혀 달라요. 제 자신이나 연주 모든 면에서 잘 짜여진 앨범이에요. 풋풋한 느낌은 줄었지만 제 발전되고 성숙된 모습을 방아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전했다.

‘인디’때 면모와 사뭇 달라졌다. 뮤직비디오 안에서 춤도 추고, TV 가요프로그램에도 스스럼없이 출연한다. 그전에는 15년 동안 출연한 TV방송이 고작 6차례에 불과했던 그로서는 놀라운 변화다.라담은 “주변에서 ‘기왕 음악을 하려면 제대로 해라’라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너는 하면 할 수있는데, 네가 안 하는 거다’라는 말도 들었고요. 앞으로 몇년간 몸을 던져 최선을 다해보려고요”라며 진정한 ‘프로’로서의 각오를 전했다.
이지석기자 monami153@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