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주=김동영기자] “슬라이더를 더 던지면 좋겠다.”
SSG 외국인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35)가 역투를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자신도 승리투수가 됐다. 김원형(51) 감독이 주문한 것이 있었다. 그대로 수행했고, 제대로 통했다.
엘리아스는 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KIA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1실점의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 호투를 펼쳤다.
이날 SSG는 엘리아스를 앞세워 2-1의 승리를 거뒀다. 1회초 하재훈의 선제 2타점 적시타로 앞섰다. 1점을 내주기는 했으나, 끝까지 리드를 지키면서 이겼다.
일등 공신은 역시나 엘리아스다. 최고 시속 150㎞의 속구를 뿌렸고, 주무기 체인지업이 힘이 있었다. 여기에 슬라이더를 섞었다. 커브도 구사했다.
눈에 띄는 쪽이 있다. 슬라이더 활용이다. 스탯티즈 기준으로 엘리아스는 포심 비중이 44.7%, 체인지업 비중이 31.4%다. 슬라이더는 0.5% 밖에 되지 않는다.
이날은 달랐다. SSG 집계를 보면, 108구 가운데 속구가 38개, 체인지업이 38개, 슬라이더가 29개, 이외에 커브가 2개다.
속구-체인지업이 1대1 비중인 것은 이상하지 않다. 슬라이더를 많이 던졌다는 점은 확실한 변화다. 26.9%다. 시속 121~124㎞ 분포를 보였다. 경기 후 엘리아스는 "아직 공인구가 완전히 손에 익지 않았다. 존에 넣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자기 구속은 아닌 셈이다.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의도적인 변화라고 봐야 한다. 경기 전 김원형 감독은 “엘리아스는 공격적으로 빠른 승부하는 유형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더 욕심을 부리자면, 슬라이더나 커브를 더 많이 썼으면 한다. 3번째, 4번째 구종을 더하면 내용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지난 경기 던지는 것을 봐서는, 그 정도 투구 내용이면 만족한다. 그러나 슬라이더가 생각보다 스피드가 덜 나온다. 커브는 스트라이크 비율이 살짝 떨어진다. 이쪽을 살릴 수 있다면 훨씬 더 좋은 투구를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시속 150㎞의 속구를 뿌릴 수 있다. 평균으로도 시속 140㎞ 후반이다. 이 정도 스피드면 KBO리그에서는 충분히 괜찮은 구속이다. 여기에 체인지업이 있어 우타자 상대가 된다.
슬라이더까지 갖추면 좌타자 상대도 수월할 수 있다. 김원형 감독도 “지금 구속이면, 슬라이더만 추가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슬라이더 비중을 확 늘렸다. 오히려 커브를 봉인하다시피 했을 정도다.
피안타 5개 중에 우타자 박찬호에게 홈런을 하나 맞았고, 김선빈에게 2피안타, 변우혁에게 1피안타다. 좌타자는 소크라테스 브리토에게 1개를 내줬을 뿐이다. 류지혁, 최형우 등 최근 괜찮은 타자들을 무안타로 묶었다.
감독이 원하는 바를 선수가 실행했다. 이상적인 부분이다. 팀도 이겼다. SSG도, 엘리아스도 여러모로 기분 좋은 하루가 됐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