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양산=장강훈기자] ‘인생은 60부터!’

광고 카피로도 유명하지만, 현실에서도 자주 쓰는 말이다. 300야드 이상 장타를 펑펑 때려내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도 통용하는 격언이다. 1988년 KPGA 선수권자로 등극한 김종덕(62)이 2030 젊은 선수와 경쟁에도 밀리지 않고 컷오프를 통과했다. 최고령 컷 통과 신기록이다.

김종덕은 9일 경남 양산에 있는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1·7138야드)에서 열린 국내 프로골프 최고 권위 대회인 제66회 KPGA 선수권대회(총상금 15억원) 2라운드에서 버디3개와 보기2개를 바꿔 1타를 줄였다. 중간합계 이븐파 142타로 77명이 통과한 컷오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자신의 62번째 생일이 닷새 지난 이날 KPGA 선수권대회 컷오프를 통과해 대회 최고령 컷통과 신기록을 작성했다. 지난해 61세 6일로 세운 종전 기록을 1년 만에 경신했다.

62세 5일은 2017년 최상호(68)가 세운 62세 4개월1일에 불과 3개월 남짓 뒤진 역대 2위 기록이다. 최상호는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코리안투어 최고령 컷통과 기록을 세웠다.

밝은 표정으로 미디어센터에 들어선 김종덕은 “어제 클럽 선택에 몇 번 실수했다. 오늘 경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했는데, 2번, 3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했다. 집중력을 유지하려고 노렸더니 1타를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린도 딱딱하고, 핀 위치도 까다로웠다. 모처럼 난도 높은 코스에서 경기한다. 좌우에 러프가 있어도 눈 딱 감고 그린 한 가운데로 공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편하다”고 노하우를 공개했다.

KPGA 선수권대회 최고령 컷통과 기록을 경신한 것에 “체력이 닿는 한 기록을 깨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속내를 밝힌 그는 “최상호 선배의 코리안투어 최고령 컷통과 기록에도 도전하고 싶다. 추천선수로 불러주면 최대한 정규투어에 출전하고 싶다. 2주 뒤 열릴 코오롱 한국오픈에도 나간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지난해 한국 시니어오픈 우승자 자격으로 한국오픈 출전권을 따냈다.

나흘간 걸어서 플레이하는 것이 지칠 법도 한데 “공이 잘 맞으면 힘이 안든다”며 웃은 김종덕은 “좋아하는 음식을 많이 먹어서 체력이 괜찮은 모양”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내 앞에서 신기록을 작성해 기쁨이 더 크다. 그는 “일본 시니어투어 때는 아내가 캐디도 하고 갤러리도 자주했다. 경기 중에 아내가 ‘왜 머리를 드냐’고 레슨도 해줬다.(웃음) 어제는 회를 먹었으니, 오늘은 고기를 먹을 것”이라고 유쾌한 입담을 과시했다.

김종덕은 “이번대회는 아들(김민제)이 캐디를 하고 있다. 아들도 KPGA 프로선수인데, 컷통과해 아빠로서 체면을 살렸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력을 다진다는 김종덕은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면 스트레칭부터 한다. 그래야 근력도 유지하고, 부상도 방지할 수 있다”면서 “드라이버 비거리가 260야드 정도 되는데, 오늘 함께 라운드한 이승택이 ‘아버지와 동갑인데, 나이들어서 거리가 준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아버지께 말씀드릴 것’이라며 놀라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난해 최종라운드 마지막 3개 홀에서 타수를 크게 잃었다고 돌아본 그는 “올해는 같은 실수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를 숨기지 않았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