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양산=장강훈기자] “대회 시작부터 우승을 목표로 시작했어요.”
도전적인 영건이 스타탄생을 알렸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최고 권위 대회인 제66회 KPGA 선수권대회(총상금 15억원)에서 생애 첫 우승을 따낸 최승빈(22·CJ)이 강한 도전의식으로 목표를 이뤘다.
최승빈은 11일 경남 양산에 있는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1·7138야드)에서 열린 KPGA 선수권대회에서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로 우승을 따냈다. 1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해 동갑내기 친구인 박준홍과 엎치락뒤치락 접전 끝에 마지막홀 버디로 1타차 짜릿한 역전승을 따냈다.

생애 첫 우승에서 ‘KPGA 선수권자’ 타이틀을 거머쥔 그는 “TV에서만 보던 프로 선수들을 대회 기간 내내 실제로 만나니 이 대회 역사와 전통이 느껴졌다. 우승한 게 꿈만 같다. 믿기지 않는다”며 웃었다. 그는 “17번홀(파3) 버디가 우승 동력이 됐다. 클러치 상황이었다. (버디에) 성공해서 마지막홀까지 흐름을 이어왔다. 이 코스는 15~17번홀이 가장 어렵고, 18번홀 기회가 있는 홀인데, 17번홀 버디 덕분에 흐름을 탔다”고 돌아봤다.
크지 않은 체격에도 장타를 뿜어대는 그는 “정찬민 형과 자주 연습라운드를 하는데, 세게 치면 잘 맞을 때 기준으로 10~15m 정도 짧다. 엇비슷하게 친다”고 거리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레크레이션 골퍼인 아버지에게 골프를 배운 그는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는 아버지께서 공부 많이하셔서 (스윙) 틀을 잘 잡아주셨다. 고교때까지 정규수업 다 받고 운동하다보니, 레슨받을 시간이 없던 사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최승빈은 ‘공부하는 학생선수’로 유명했다. 정규수업 다 받고 운동해 프로로 입문했고, 우승까지 따냈다. 이유가 독특하다. 그는 “운동 시작할 때부터 (부모님께서) 공부도 같이하라셨다. 그래서 시작했는데, 주위에서 ‘학업을 병행하면 운동을 못한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그래서 오기가 생겼다”고 밝혔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도전의식 덕에 하루 3~4시간밖에 가질 수 없는 운동 시간에 최대한 집중했다.
최승빈은 “지금 돌아보면, 대단하다 싶다. 지금 하라면 다시는 못할 것 같다”고 웃은 그는 “서울대에 진학하겠다는 꿈이 있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학업과 운동에 열중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돌아보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없는 국내 환경에 발목을 잡혔다. 진학하려면 대회성적이 필요하다. 대회에 출전하면 학교에 나갈 수 없다. 최승빈은 “아마추어 대회는 주중에 있다. 학교를 빠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성적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다. 도전의식 강한 성격”이라고 말했다.
도전의식은 프로에서도 이어졌다. 시즌 개막을 2주 남기고 팀 CJ 소속인 배용준(23)이 들고온 브룸스틱을 처음 접했다. 그는 “써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마침 용준이 형이 연습장에 가져와서 한 번 해봤다. 일반 퍼터를 쓸 때보다 훨씬 잘되더라”며 “그래서 개막전부터 브룸스틱을 들고나왔다”고 설명했다. 실전점검을 실전에서 단행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최승빈은 “일반 퍼터를 사용할 때도 (스트로크 스타일이) 브룸스틱을 쓰는 것처럼 했다더라”며 웃었다.

다음 목표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다. 지난해는 콘페리투어 퀄리파잉 2차 테스트까지 치렀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5년간 코리안투어 시드를 확보했다. PGA투어에 진출하는 게 목표인 내게 심리적으로 크게 도움되는 것이어서 절실하게 치렀다. 계속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대회 ‘예선통과’를 목표로 나섰더니 샷감에 비해 성적이 신통치 않자 생각을 바꿨다. 그는 “이번대회는 시작할 때부터 우승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만 생각했다. 그랬더니 경기 내용은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우승했다”면서 “뒷바라지 해주신 가족을 위해 이사 비용에 우승상금을 보탤 것”이라고 밝게 웃었다. zza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