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한국 태권도 중량급 기대주 서건우(한국체대)가 올림픽 랭킹 1위를 꺾고 올해 첫 월드태권도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서건우는 12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 포로 이탈리코에서 끝난 ‘2023 세계태권도연맹(WT) 월드태권도그랑프리’ 1차 대회 마지막 날 남자 -80kg급 준결승에서 2020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엘샤라바티 살레(24·요르단)에게 라운드 점수 1-2로 졌다.

1라운드에서 선취점을 얻은 서건우는 맹공을 퍼부었으나 기습적인 머리 공격을 연거푸 허용해 13-16으로 졌다. 그러다가 2회전 2분 내내 공방전을 벌인 끝에 11-9로 이기며 균형을 이뤘다. 하지만 3회전에서 몸통 공격을 연이어 허용하고 반격 동력을 잃으면서 6-16으로 패했다.

그럼에도 최대 승부처였던 8강 시모네 알레시오(이탈리아)와 경기에서 높은 승리욕과 전략적인 경기 운영으로 라운드 점수 2-1(6-3 3-5 14-13) 승리를 거뒀다. 시모네는 이 체급에서 WT 올림픽 랭킹 1위이자 지난해 월드그랑프리 시리즈 1차(로마), 2차(파리), 파이널(리야드)을 휩쓴 절대 강자다.

이번 로마 그랑프리 최고의 명승부였다.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얻은 2m 장신의 실력파 시모네를 상대로 1회전부터 근접전을 통해 주특기인 뒤차기를 결정타로 내세웠다.

서건우는 “행복하긴 한데, 아직 부족함이 느껴진다. 준결승에서 상대 단점을 알면서도 당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시모네를 이긴 것엔 “이긴 것도 있지만, 실력이 늘었다는 것을 조금씩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서건우는 지난해 초반까지만 해도 국제무대에서 무명이었다. 그러나 WT가 올림픽 랭킹 중하위권 선수에게도 그랑프리 출전 기회를 주고자 지난해 6월 신설한 무주 월드그랑프리 챌린지에서 우승하면서 얼굴을 알렸다.

챌린지 우승으로 맨체스터 그랑프리 출전권을 얻은 그는 박우혁과 시모네 등 세계 강호를 제치고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극적으로 리야드 그랑프리 파이널까지 초청돼 강한 승리욕으로 결승에 진출, 시몬에게 아쉽게 져 은메달을 획득한 적이 있다.

이날 서건우를 제치고 결승에 오른 살레는 이란의 바코다리 메흐란을 라운드 점수 2-1로 제치고 우승했다.

같은 날 여자 -49kg급 강보라와 강미르 자매(이상 영천시청)는 모두 예선에서 탈락했다. 이 체급은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태국 파니팍 웡파타나낏이 랭킹 2위 세레소 이글레시아스 아드리아나(스페인)를 꺾고 그랑프리 10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선수단은 올해 첫 그랑프리 시리즈인 로마에서 남자 -58kg급 장준과 -80kg급 서건우, 여자 -57kg급 김유진이 나란히 동메달을 목에 거는 데 그쳤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