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걸그룹 열풍 속에서 멤버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부터 약 150만명을 동원하는 대규모 월드투어를 진행 중인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컨디션 난조로 호주 멜버른 공연에서 중도 하차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11일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 “오늘 진행된 블랙핑크 월드 투어 ‘본 핑크(BORN PINK)’ 인 멜버른 공연 도중 제니의 컨디션 난조로 무대를 끝까지 함께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제니는 끝까지 공연을 강행할 의지를 보였으나, 현장에서 의료진의 권고를 받아 충분한 휴식과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바로 조치했다는게 소속사 측의 설명이다. 제니 역시 “팬들에게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과 함께 빨리 회복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제니는 월드투어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 HBO 시리즈 ‘디 아이돌’ 출연 자격으로 ‘제76회 칸 국제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등 바쁜 스케줄을 소화 중이다.

앞서 지수 역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일본 오사카 공연에 불참하기도 했다. ‘K팝 걸그룹 최대 규모 월드투어’란 빛나는 타이틀 속에서 빠듯한 일정 속에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스파 멤버 지젤도 건강 악화로 스케줄에 불참하고 있다. 지젤은 지난 7일 뉴욕 양키스전 시구와 10일 뉴욕 플러싱 메도스 코로나 파크에서 열린 ‘더 거버너스볼 뮤직 페스티벌’에 불참했다. 또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형님’ 녹화에도 마찬가지로 건강 악화를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레드벨벳 멤버 조이도 지난 4월 컨디션 난조로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레드벨벳 네 번째 단독 콘서트와 고정 출연 중이던 SBS 예능프로그램 ‘동물농장’에서도 잠시 내려오게 됐다. 걱정하는 팬들을 위해 조이는 “막연한 기다림 속에 지치고 걱정하고 있을 러비들을 생각하니 항상 마음이 무겁다”며 “모든 걸 내려놓고 온전하게 저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게 두려웠지만, 이해해 주신 덕분에 잘 이겨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아이브 레이도 컴백 직후 건강 이상을 이유로 활동을 멈춰야 했다. 레이의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당시 “레이가 가슴 두근거림, 답답함 등 컨디션 이상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가 치료와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료진 소견을 받았다”며 활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레이는 5월 26일 공식 팬카페를 통해 활동 재개를 알렸다.

비단 걸그룹만의 문제는 아니다. 완전체 활동을 앞둔 샤이니 온유도 컨디션 난조로 컴백 활동에서 제외된다. 태민의 전역으로 15주년 완전체 컴백을 기다리고 있던 팬들은 아쉬움과 함께 온유의 건강회복을 기원하고 있다.

아이돌 멤버들의 잇따른 건강 적신호에 소속사들이 아티스트 건강 관리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지난 3년간 멈췄던 공연이 재개되면서 K팝 아이돌 그룹들은 콘서트, 대학 축제, 월드투어에 컴백 활동까지 쉴 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아이돌이란 직업 특성상 24시간 불특정 다수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일인만큼 신체적 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 관리에 대한 중요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최근 아스트로 멤버 고(故) 문빈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아이돌의 정신 건강에 대한 경각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스케줄도 많지만 해외 활동이 부쩍 늘어나면서 이동시간, 시차로 인한 피로감이 크다”며 “또 공식 스케줄 중이 아니더라도 연습 등으로 완전한 휴식이 어렵다. 화려한 외면 뒤에서 공허함, 우울함 등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활동 강행 대신 잠시 멈춤을 선택한 아이돌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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