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종로=김민규기자]우리네 전설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 ‘페이커’ 이상혁의 공백으로 예견된 전력약화는 2연패로 이어졌다. 여기에 사령탑 배성웅 감독마저 사임하며 견고했던 T1이 크게 휘청하는 모습이다. 다시금 ‘완전체’ T1이 될 때까지 버텨내는 게 관건이다.

T1은 8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롤 파크에서 열린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스플릿 정규리그 2라운드 젠지와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0-2로 완패했다. 이로써 T1은 6승4패(세트득실+3)로 디플러스 기아(6승4패, 세트득실+5)에 밀려 순위가 4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특히, T1의 프랜차이즈스타인 베테랑 미드라이너 이상혁의 공백이 컸다. 이상혁은 지난 2일 농심 레드포스와의 경기 직후 오른팔 통증을 호소했고 급기야 5일 DRX와의 경기부터 결장했다. T1 측은 이상혁이 2주 정도 휴식기를 갖는다고 전했다.

이상혁이 빠진 T1은 무기력했다. T1은 급히 2군에 있던 신인 ‘포비’ 윤성원을 콜업하며 이상혁의 빈자리를 메우고자 했지만 역부족이다. 신인의 대반전을 기대했으나 라인 운영에 대한 판단미스, 적 정글 움직임 파악 미흡 등 부족한 경험이 확연히 보이면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물론, 급하게 1군에 올라오면서 아직 팀워크가 완벽하지 않을 수 있지만 윤성원의 미드 라인이 무너지면서 전 라인에 악영향을 줬고 결국 ‘2연패’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엎친데 덮쳐 젠지와 경기를 앞두고 배성웅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느껴 사임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팀의 베테랑에 이어 사령탑마저 빠지면서 T1은 방향성을 상실했다. 배 감독의 후임으로 ‘톰’ 임재현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급히 지휘봉을 잡았으나,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수습할 때까진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젠지와 경기 패배 후 만난 임 감독대행은 “멤버가 바뀌었지만 젠지와 경기를 대등하게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는데 0-2로 패해 아쉽다”며 “1세트는 사고가 많았고 2세트는 운영에서 끌려 다닌 것이 패배 원인인 것 같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그는 이상혁의 빈자리가 크다는 것은 인정하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상혁이 돌아올 때까지 어떻게든 위기상황을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다.

임 감독대행은 “이상혁이 빠지면서 탑과 미드사이에서의 라인 스왑 같은 부분들이 부족한 모습이 있다. 팀 전체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그냥 지금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이상혁이 빠진다고 들었을 때 당연히 전력약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상혁이 치료에 전념해서 빨리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이어 “이상혁이 회복해 돌아와 같이 경기할 때까지 선수들과 코치진이 합심해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T1은 다음 주 농심과 디플러스 기아와 차례대로 맞붙는다. 무엇보다 연패를 끊어야만 하는 T1 입장에선 상대적 약팀인 농심을 제물 삼아야 하는 상황. 임 감독대행은 농심의 원거리 딜러 ‘지우’ 정지우를 막는 것이 주요할 것으로 봤다. 임 감독대행은 “정지우가 공격적으로 잘한다고 생각한다. 정지우를 견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잘 생각해서 준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악재에 부딪혀 흔들리고 있는 T1이 연패를 끊고 위기를 잘 이겨내며 다시금 반등에 시동을 걸 수 있을지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