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효원기자] 호텔·리조트 개발업체 아난티가 5년여 간의 준비 끝에 ‘빌라쥬 드 아난티’를 지난 18일 부산 기장에 전격 오픈했다. ‘빌라쥬 드 아난티’는 아난티 코브 옆 15만8678㎡ 대지에 대규모로 지은 프라이빗 풀빌라(매너하우스) 94채를 중심으로 호텔, 수영장, 쇼핑몰 등이 어우러진 ‘아난티 마을’이다.
이만규(53) 대표는 국내 호텔·리조트 업계에서 돈키호테로 꼽힌다. 해외 브랜드 호텔이나 역사가 오랜 국내 대기업 브랜드 호텔의 강세 속에서 회원제 고급 리조트를 뚝심있게 밀어붙여 ‘아난티’를 누구나 꼭 한번 가고 싶어 하는 고급 리조트 브랜드로 키워냈다.
연 100만명이 방문하는 아난티 코브의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빌라쥬 드 아난티’를 기획했을 때 주변에서 우려의 눈길을 보낸 것이 사실. 그러나 이 대표는 머뭇거리지 않고 직진했다. 그 결과, 처음에는 규모에 놀라고, 이어 쾌적함, 편리함에 반하게 되는, 세상에 없는 리조트를 완성했다. 막 개장을 마치고 시설을 살피고 있는 이 대표를 ‘빌라쥬 드 아난티’에서 만났다.
바다와 숲, 도시와 전원을 동시에 즐긴다
‘빌라쥬 드 아난티’ 오픈을 출산에 비유한 그는 “이제 막 낳았으니 성인이 될 때까지 잘 성장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것은 바다, 숲, 그리고 도시와 전원이 어우러지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바다와 숲, 도시와 전원,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그런 속에서 낯섦을 만들고 싶었다. 그게 구현이 된 것 같아 맘에 든다. 또 하나는 이 업을 시작한 지 이제 17년 정도 돼가는데 업력이 쌓이면서 좀 더 디테일해지고 좀 더 전문가다워졌다. 그런 점들이 반영된 것이 만족스럽다.”
5년 가까운 개발 기간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화재가 나기도 했고, 코로나19를 겪기도 했다. ‘빌라쥬 드 아난티’ 개장을 앞두고 부산 지역에는 3주 정도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공기가 자꾸 늦어졌다. 급기야 조경에 쓸 잔디가 비 때문에 손상돼 납품이 안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도 날아왔다.
이 대표는 “개장일까지 조경을 마쳐야 하는데 잔디가 없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남해 힐튼에서 잔디를 떼다가 직원들과 빗속에서 밤새 심은 끝에 무사히 문을 열 수 있었다”면서 “직원들이 너무 고생해줬다.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기존 아난티에 비해 리조트 전체 색감이 컬러풀하고 발랄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1950~1960년대 시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영화 마니아인 이 대표는 여러 아이디어를 영화에서 얻는다. 특히 좋아하는 영화는 007 시리즈다.
“1950~1960년대는 전통도 남아있으면서 현대 기술도 폭발적으로 발전한 시대다. 인류 역사에서 무척 풍요로웠다. 그 시대 사람들은 안 되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달나라에 인간을 보낸 시절이다. 지금 기술들이 많은 부분 그 시대에 나왔다. 그런 정신을 추억하려고 과감한 색상을 썼다.”
이 대표는 리조트가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모이는 광장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아난티는 회원과 비회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의 역할을 하고 싶다. 아난티 스타트 하우스를 저희는 카페처럼 꾸며놨다. 옛날에는 골프 치는 분들이 모였다가 허겁지겁 나가고 했는데 지금은 골퍼도 있고 가족들도 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있는 풍경이 저를 행복하게 한다. 여기도 그런 장소가 됐으면 한다. 풀빌라는 회원만 이용할 수 있지만 호텔동은 비회원도 예약할 수 있다. 또 숍이 모여있는 ‘엘피 크리스탈’이나 녹지 공간 ‘스퀘어’는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올해 매출 1조원 돌파 “자신감”
아난티는 올해 매출 1조원을 넘보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아난티가 올해 매출 1조2000억원을 낼 것으로 예측했다. 전년 대비 273.6%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 대표는 “자신 있다”는 표정이다. ‘빌라쥬 드 아난티’ 분양 선수금 3318억원이 매출로 분류되고 분양 잔금 5000억원이 현금으로 들어오면 1조원 돌파는 시간문제다.
국내 유명 대기업 호텔들도 달성하지 못한 1조원 매출을 앞두고 있지만 이는 수익보다 본질에 충실했기에 가능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이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1등을 하다 보니 호텔, 리조트업계에도 제조업 마인드를 접목하려고 하는데 이는 잘못이다. 손익을 내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이 아난티를 찾은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고객들에게 더 즐거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이번 ‘빌라쥬 드 아난티’에는 수제 젤라또 가게를 입점시켰다. 이탈리아에서 공부하고 온 젊은 청년 사장을 영입해 전국 어디에도 없는 이색 젤라또를 판매하고 있고, 샤키테리도 자체 제조해 판매한다. 효율면에서야 완제품을 사다 판매하는 것이 좋겠지만 직접 만드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주는 감동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다.
“우리가 비용과 투자를 구별해야 한다. 브랜드를 알리는 일에 드는 비용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브랜드 하나를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비용을 아껴서는 결코 성공하기 어렵다.”
해외 진출해 K리조트의 매력 알리겠다
아난티 브랜드를 국내에서만 운영할 생각은 아니다. 20년 가까운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무대에 K리조트의 매력을 알려나갈 꿈을 꾸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투자전문회사 LBO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시기는 정하지 않았지만 첫 진출 지역은 런던을 꼽고 있다.
한류가 전 세계인을 열광시키는 중이다. 그 한류 인기에 편승하려는 것이 아니다. K리조트의 매력이 얼마든지 세계인의 취향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이 대표는 “한국인의 위대함은 이미 봉준호, 박찬욱, BTS 등으로 입증됐다. K리조트 역시 다른 나라와는 다른 매력이 분명히 있다. 그 점을 믿고 세계 시장에 진출하려고 한다. 물론 우리는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회사가 어려운 지경으로 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기업의 가장 큰 중요한 종목은 생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만규 대표 프로필>
1970년생. 1993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98년 대우그룹 회장 비서실 경영관리팀 근무, 2002년 대명개발㈜ 이사, 2004년~현재 아난티(옛 에머슨퍼시픽) 대표, 2011년~현재 중앙관광개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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