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3안타를 몰아쳤다. 그러나 만족스럽지는 않다. 미세한 움직임 탓에 약점이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롯데 새 외국인 타자 니코 구드럼(31) 얘기다.
롯데는 무릎을 다친 잭 렉스 대신 메이저리그 보스턴 산하 트리플A에서 뛰던 구드럼을 영입했다. 총액 40만달러를 지불한 것을 보면 기대감이 커보인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여섯 시즌 동안 402경기를 뛰었고, 42홈런 152타점 타율 0.226를 기록했다. 빅리그에서 통산 출루율이 0.299에 불과해 유인구가 많은 KBO리그 투수에게 적응할지 관심이 쏠렸다.
특히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원정경기는 국내 넘버원 포수 양의지를 만나 구드럼의 진면목을 확인할 기회였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마이너리그에서 많은 볼넷을 얻어냈다는 건 공을 골라낼 능력을 가졌다는 의미다. 경기를 치르면서 KBO리그 투수와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해야겠지만, 제 기량을 발휘한다면 팀 전력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세 경기에서 11타수 1안타로 혹독한 적응기를 거치고 있다. 볼넷 3개를 골라내는 동안 삼진 4개를 당해 유인구에 속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전 훈련을 유심히 지켜보니 스윙할 때 독특한 동작이 눈에 띄었다. 스트라이드 직전에 몸 전체가 위로 살짝 떠올랐다 착지하는 동작이 나왔다. LG 김민성이 비슷한 동작을 하는데, 앞무릎(우타석일 때 왼다리)을 굽힌 상태로 착지하는 점이 차이점이다. 중심이 위로 들렸다가 원래 위치 보다 낮게 떨어지는 모양새다. 필연적인 약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동작이다.
서튼 감독은 “중심이 높다는 건 인정한다”면서도 “나름 자기만의 타격 기술을 가진 선수여서 본인과 대화를 해봐야겠지만, 나름의 타개책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변화구에 약한 메커니즘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타석을 거듭할수록 변화구 대응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낀다. 비록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지만, 타구질도 괜찮은 편”이라고 감쌌다.
양의지는 이 약점을 놓치지 않았다. 빗맞은 내야안타 한 개를 내주고 맞이한 4회초 세 번째 타석. 왼손 투수 브랜든 와델과 호흡을 맞춘 양의지는 초구로 몸쪽 슬라이더를 선택해 파울을 만들어냈다. 구드럼도 변화구 공략이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중간 타이밍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무게 중심이 위로 솟아올랐다가 깊게 떨어지는 유형은 횡으로 빠르게 꺾이는 구종에 약점을 보일 수밖에 없다. 컷패스트볼 두 개를 같은 코스로 잇달아 요구했는데, 두 번 다 구드럼의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브랜든의 투구궤적과 구드럼의 스윙궤도가 점으로 만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물론 바깥쪽 살짝 높은 곳으로 날아드는 공은 장타를 허용할 가능성도 있다. 스윙궤적상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볼은 공과 배트의 접점이 넓다. 7회초 때려낸 2타점 적시타 역시 바깥쪽 높은 밋밋한 속구였다.
기세를 잃고 표류하는 롯데로서는 구드럼의 부진은 엔진을 점화할 동력을 상실한 것과 같다. 코치진의 적극적인 개입이 때로는 선수 한 명을 살릴 수 있다. 그 선수가 팀을 지탱할 자원이라면, 대화를 통한 결단이 필요하다. 두산은 이영수 코치를 활용해 호세 로하스를 정상궤도로 끌어올렸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