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속 보물찾기…양과 음의 경계 허물어
인간 한계를 넘어선 기상천외한 무대의 연속
압도적 퍼포먼스로 시선 강탈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태양의 서커스 ‘쿠자(KOOZA)’가 돌아왔다. 화려한 무대와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새로 태어났다고 ‘광고’가 말한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라는 사실. 앞선 표현은 작품을 매우 압축하고 축약한 설명이다. 실제 공연은 이보다 더 엄청난 마법을 부리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들이 설치해둔 세계 속으로 깊이 빨려든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신비하고 경이로운 장면이 환상을 맛보게 하는 ‘찐 맛집’임을 증명한다.
세기의 서커스라고 불리는 ‘쿠자’가 7년 만의 한국에 상륙했다. 태양의 서커스 최초 아시아 투어의 두 번째 국가로, 부산에 이어 현재 서울에서 성황리에 공연 중이다.
사실 몇 년 전 ‘쿠자’는 한국을 찾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를 단절시킨 지독했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하늘길이 막혔다. 아쉬움과 좌절감이 컸지만, 오히려 이 시기를 재정비의 시간으로 삼아 새롭게 찾아올 기회를 준비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각국의 다수 업체가 앞다퉈 ‘태양의 서커스’를 인수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팀이 그동안 보여준 기상천외한 무대와 더 빛날 내일을 직감했기에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이다.
‘태양의 서커스’는 많은 관심 속에서 다시 일어설 기운을 얻었다. 드디어 2025년 좀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공연장의 문을 활짝 열었다.

◇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지는 스토리…자아 찾기 실현
‘쿠자’는 고대 인도 표준문장어로, ‘상자’를 의미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고난과 역경 그리고 삶 속의 보물을 함께 담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광대 ‘이노센트’가 상자 속 보물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광대들의 등장으로 시작하는 공연은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관객들은 광대, 배우, 곡예사들과 함께 진정한 ‘왕관의 주인공’을 찾아 나선다. 이 여정에서 삶과 죽음, 희망과 두려움, 기쁨과 고독 등 양과 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광대의 순수한 ‘정신’을 통해 딜레마를 극복, 마지막 순간 사랑이 깃든 세상으로 향한다.

◇ 눈과 귀를 유혹하는 황홀한 퍼포먼스 그리고 라이브 음악
‘쿠자’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서커스와는 차원이 다른 공연이다. 사자가 묘기 부리고 입에서 불을 뿜어내는 쇼(Show)는 없다. 사람만한 대형견이 등장하는 건 맞지만, 팩트 체크는 현장에서 직접 하는 것을 추천한다.
원형으로 제작된 무대 중심에 ‘빅탑’이 우뚝 솟아있다. 프랑스의 유명한 공연장인 바타클랑(Bataclan)을 옮겨 놓은 이동식 세트로, 높이 42피트(1280.16㎝)·무게 6톤으로 제작됐다. 마치 거대한 성을 연상케 하는 이곳에서 아름답고, 때론 긴장감 넘치는 라이브 음악이 울려 퍼진다.
이에 맞춰 무대 위에서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짜릿하고 감격스러운 광장의 축제가 펼쳐진다. 잠시도 한눈팔 틈 없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장면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환상에 몸을 맡기고, 감각을 길잡이 삼은 위험천만하고 기묘한 장면들이 연출된다. 중력을 거스른 아찔한 장면들에 손에는 땀이 나면서도 등골이 시리다.
대형 스크린 속 AI 영상을 보는 듯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다. 평범함을 거부한 ▲샤리바리(Charivari) ▲컨토션(Contortion) ▲휠 오브 데스(Wheel of Death) ▲티터보드(Teeterboard) 등 다채로운 무대로 흥분과 감동의 전율을 동시에 선사한다.

◇ 광대들과 한판 즐기는 짜릿한 경험
무대의 다채로움처럼 공연장 안팎에는 다양한 콘셉트의 포토존이 마련돼있다. 이 중 한 곳에서는 배우들과 사진 촬영이 가능하니, 공연 전 익살꾼들을 먼저 만나고 싶다면 서두르는 것이 좋다.
공연장에 들어서면서부터 이미 공연이 시작된 셈이다. 광대들이 관객석 구석구석을 돌며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자신의 자리가 무대와 멀다고 해서 아쉬워할 것 없다. 광대들이 꼭대기까지 올라가 팝콘 폭탄으로 공격한다. 한 대 맞고 공짜 팝콘을 맛볼 기회다. 바위만한 종이꽃 폭탄도 날아오니, 쌀쌀한 요즘 날씨에 봄의 기운도 실컷 즐겨보길 추천한다.
관객 참여형 무대도 있으니, 이리저리 끌려다녀도 놀라지 말길 바란다. 무대 위로 끌려 올라가길 원한다면 1층 객석을 추천한다. 마음의 준비만 한다면, ‘왕’이 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판타지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찾아 떠나는 서커스 중의 서커스 ‘쿠자’는 오는 12월28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펼쳐진다.

gioia@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