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상암=김용일기자] 프리시즌 친선경기가 아니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맞붙은 것처럼 양 팀은 진심을 다해 뛰었다. 경기 중 신경전이 펼쳐졌고, 명장 두 감독도 기술 지역에서 열정적으로 지휘했다.
지난 시즌 트레블(3관왕)을 달성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맨체스터시티(맨시티)와 스페인 라 리가 정상급 클럽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M)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2차전 맞대결에서 격돌했다.
양 팀은 프리시즌 중반을 지나는 시기답게 주력 요원을 대거 내보냈다. 맨시티는 엘링 홀란, 잭 그릴리시, 베르나르두 실바 등이 선발진에 포진했다. 사흘 전 같은 장소에서 팀K리그(K리그 올스타)와 친선경기를 치른 ATM도 앙투안 그리즈만, 알바로 모라타 등 정예 요원을 대부분 선발진에 올렸다.
6만4185명 관중의 뜨거운 함성 속에서 양 팀은 초반 탐색전을 벌이다가 뜨겁게 충돌하며 공식전 분위기를 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휘하는 맨시티는 시간이 흐르면서 특유의 높은 볼 점유율을 앞세워 ATM을 압박했다. ATM은 촘촘한 수비망으로 맨시티 공세를 제어한 뒤 그리즈만, 모라타를 중심으로 예리한 역공을 펼쳤다.
절대 가볍지 않았다. 양 팀 선수는 강하게 충돌했다. 특히 맨시티 왼쪽 공격을 책임진 그릴리시와 ATM 오른쪽 수비수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가 여러 번 볼다툼을 벌였다. 올여름 첼시를 떠나 ATM에 입단한 아스필리쿠에타는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에게 어필이라도 하려는 듯 강한 투쟁심을 보였다. 그릴리시가 돌파하려고 할 때마다 강한 몸싸움과 태클로 맞섰다. 결국 그는 전반 15분 그릴리시와 볼 경합하다가 거친 동작으로 옐로 카드를 받았다.
전반 35분엔 맨시티 필 포든 돌파 과정에서 ATM 수비수 마리오 에르모소가 역시 거친 반칙으로 저지했다가 옐로 카드를 받았다. 4분 뒤엔 ATM 중앙 수비수 악셀 비첼이 중앙선 부근에서 상대 간판 골잡이 홀란이 돌아설 때 손으로 잡아당기기도 했다.
후반에도 마찬가지였다. 킥오프 4분 만에 그릴리시와 로드리고 데 폴이 맞붙었다. 둘은 쉽게 물러나지 않으며 신경전을 벌였는데, 모라타가 달려들어 데 폴을 말렸다. 주심을 맡은 김우성 심판까지 합류해 둘을 떼어놨다. 7분 뒤엔 아스필리쿠에타가 전진할 때 맨시티 교체 요원인 세르히오 고메스가 손으로 잡아채다가 경고를 받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사흘 전 팀K리그전에서 심판 판정에 격하게 항의한 시메오네 감독은 또 한 번 ‘버럭’ 화를 내 눈길을 끌었다. 전반 18분 데 폴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으로 흐른 공을 따낸 뒤 전진 드리블할 때다. 순간적으로 슛 기회를 잡았는데 뒤따르던 맨시티 훌리안 알바레스가 손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김우성 심판은 프리킥을 선언했다. 기술지역에 서 있던 시메오네 감독은 크게 흥분하며 대기심이던 고형진 심판에게 달려 갔다. 옐로 카드를 주지 않은 것에 대한 항의다. 넘어진 데 폴도 김우성 심판에게 카드를 꺼내들지 않은 것에 불만을 보였다.
시메오네 감독은 지난 27일 팀K리그전에서도 판정에 민감해하며 승부사다운 기질을 보였다. 당시 후반 34분 로드리고 리켈메의 돌파 과정에서 팀K리그 수비의 반칙을 지적하지 않았다며 터치라인까지 넘어 주심에게 거칠에 항의했다. 경기 직후엔 “다행히 (다른 경기에서는) VAR(비디오판독)이 있기에 많은 오심을 잡아낼 수 있을 것 같다”며 몇몇 판정이 불공정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날 경기는 양 팀이 후반 중반을 기점으로 대거 선수를 교체한 가운데 ATM이 맨시티에 2-1 신승했다. 교체로 들어온 공격수 멤피스 데파이와 야닉 카라스코가 각각 후반 21분과 29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벼락 같은 오른발 슛으로 맨시티 골문을 갈랐다. 맨시티는 후반 40분 후벵 디아스가 코너킥 기회에서 헤더 만회골을 넣었으나 더는 득점하지 못했다.
장내 분위기는 승자와 패자가 따로 없었다. 빅리그에서 주목받는 양 팀 선수들이 90분 내내 불꽃 튀는 경기를 뽐내면서 상암벌을 가득메운 팬 너나할 것 없이 환호를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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