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민규기자] 근대5종은 펜싱, 승마, 수영, 레이저런(육상+사격 복합종목)을 한 사람이 모두 치러 종목별 점수를 합산해 가리는 종목이다. 더욱이 단체전은 각국 선수 중 상위 세 명의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에이스’ 한 사람만 뛰어나다고 따낼 수 있는 메달이 아니라는 의미다.

한국 근대5종 여자대표팀은 지난 24일 중국 항저우의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선에서 안타까운 상황에 부딪혔다.

승마 종목에서 김선우(경기도청)를 제외한 김세희(BNK저축은행), 성승민(한국체대), 장하은(LH)이 낙마해 실격처리 됐다. 때문에 사실상 단체전 메달은 물 건너간 것처럼 보였다. 승마에서 0점을 받았으므로 다른 국가 선수와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탓이다.

여자대표팀 주장 김세희는 25일 열린 근대5종 대표팀 인터뷰에서 “우리가 정말 많은 말을 타봤고, 여러 성격의 말을 접했지만, 그날 경기는 시작과 동시에 말과 호흡이 안 맞았던 것 같다”며 “또 그라운드에서 순간 판단이 미흡했다. 너무 아쉬웠다. 떨어지고 나서 그동안 훈련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만감이 교차했다”고 돌아봤다.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숙달된 조교’이지만, 5년을 준비(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한 것을 한 번에 보여줘야하므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승마는 근대5종에서 변수가 가장 큰 종목이다. 어떤 말을 배정받을지 모르기 때문.

말을 혼내주고 싶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떨어진 시점에는 아무 생각도 안 났다. 그저 힘들었던 시간들이 지나갔다”며 “이게 현실인가, 꿈 아닌가 생각했다. 그래도 끝나고 나서는 친구들과 가족들이 우스갯소리로 (말을)혼내주러 오겠다고 했다(웃음)”며 미소를 지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우리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수영에서 선전해 중간합계 4위까지 올라선 한국은 마지막 종목인 레이저 런에서 이를 악물고 달렸다. 그리고 대표팀 막내 장하은이 레이저런 종목 1위, 김세희가 2위, 성승민이 4위를 기록하면서 카자흐스탄을 제치고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야말로 ‘기적의 질주’였다.

레이저런을 앞두고 어떤 심정이었을까. 김세희는 “승마가 끝나고 주장으로서 (장)하은이와 (성)승민이를 챙겼어야 했는데 나도 정신이 나가서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내가 정신이 나가있을 때 코치님이 오셔서 ‘포기할거냐, 기권할거냐’고 물어서 끝까지 하겠다고 했다. 사실 개인성적 상위 3명 가운데 2명이 승마 0점이라 기대하지 않았다. 그냥 끝까지 하자고만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한 덕분에 단체전 동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힘줘 말했다.

어깨 부상으로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대회에 나섰던 막내 장하은 아쉬워하면서도 다음 대회에선 더 강한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부족했던 승마, 펜싱 등 기술종목 훈련을 더욱더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장하은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전에 어깨 부상이 있어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제대로 준비한 시간이 한 달 정도밖에 안 됐는데 승마와 펜싱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나타났다”며 “대회를 통해 많이 부족하단 것을 느꼈고, 앞으로 승마와 펜싱 같이 기술 종목을 보완하면 더 강한 선수가 될 거로 생각한다. 다음에는 후회 없이 잘 준비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동메달을 목에 건 근대5종 태극낭자들. 이들이 보여준 열정과 의지는 당당히 어깨를 펴고 박수갈채를 받기에 충분하다. 이번 항저우 대회를 발판 삼아 다가올 2024년 파리올림픽 등 세계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기대해본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