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민규기자]“약속 못 지켜 죄송합니다.(함박웃음)”
금메달을 따고 울겠다던 ‘리그 오브 레전드(LoL)’ 한국대표팀 사령탑은 눈물공약 대신 함박웃음을 보였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금메달을 딴 잔칫날 눈물이 웬 말인가. 끝까지 긴장을 풀지 않았던 김정균 감독의 얼굴에 이제야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LoL 대표팀은 29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에 열린 결승전에서 대만을 세트스코어 2-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김정균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e스포츠 LoL 종목 ‘초대 금메달’이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사실 김정균 감독은 아시안게임 금빛여정을 준비하면서 마음고생도 많았다. 지난해 감독직을 맡은 후 선수선발과 평가전 논란 등으로 사임의사도 내비쳤다. 그러나 사명감 하나로 힘든 시간을 버텨냈고, 마침내 목표했던 ‘금메달’이란 결실을 이뤘다.
시상식이 끝난 후 만난 김 감독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돼서 2년 동안 국가대표 감독직을 하면서 굉장히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포기하고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았다”며 “믿을지 모르겠지만 사명감 하나로 버텼다. 그래도 이렇게 금메달을 따게 돼 감독으로서 목표는 달성한 것 같아 지금 매우 행복하다”고 속내를 밝혔다.
이날 승리를 확정지을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안심할 때 찾아왔던 패배의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 그는 “개인적으로 준결승의 중국전보다 결승에서 만나는 대만이 더 걱정됐다. 왜냐하면 내가 안심했을 때가 제일 많이 졌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금메달 목표를 달성하고 인터뷰를 하게 돼 너무 행복하고 그냥 기분이 좋다”며 활짝 웃었다.
이제 그의 이력엔 국가대표 우승(금메달) 감독이란 커리어가 하나 더 생겼다. 그것도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들을 금메달로 이끈 최초의 사령탑이다. 김 감독은 “솔직히 우승했으니 하는 말인데, 내가 커리어도 제일 많이 쌓은 감독이다 보니 주변에서 (국가대표 감독직을) 다 말렸다”며 “많은 팀들의 오퍼가 왔었는데 다 거절하고 정말 국가대표 감독만 집중했다. 그냥 올해만큼은 멋있게 국가대표 감독만 잘 끝내고 싶었다. 이렇게 이기고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힘줘 말했다.
눈물공약은 언제 지키느냐는 질문에 그는 “눈물을 못 보여 죄송하다”고 웃으며 능숙하게 화제를 바꿨다. 그것도 깜짝 고백에 더해 한국에 있는 아내를 생각하는 ‘사랑꾼’의 모습까지.
김 감독은 “이 자리에서 처음 얘기하는 것 같다. 둘째가 내년 1월에 태어난다. 가족들과 함께 있고 싶다”며 “둘째가 내년 출산이어서 빨리 집에 가서 집사람에게 마사지를 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로 다 표현할 순 없지만 누구보다 정말 간절하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눈물공약은 못 지켰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 응원해준 팬들을 웃게 해주고 싶다는 약속은 지킨 것 같다. 많은 응원을 해준 모든 분들이 이 시간만큼은 크게 웃었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