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상암=김용일기자] 2023년 10월8일은 FC서울에 또 한 번 ‘악몽’으로 기억된다. 코로나19 시대에서 벗어나 프로축구 K리그1 관중 동원 1위를 달리며 신바람을 낸 서울은 전북 현대와 정규리그 최종전(33라운드)에서 0-2 완패, 4년 연속 파이널B로 추락했다. 무려 3만3103명 관중 앞에서 무너졌다.

이날까지 안방에 38만2384명의 관중이 들어찬 서울은 내심 파이널A행을 확정한 뒤 첫 홈경기에서 K리그1 유료 관중 집계 최초의 한 시즌 40만 관중 돌파 축제를 열려고 했다. 그러나 파이널B 추락으로 어둠이 드리웠다.

22일 강원FC와 34라운드(파이널B 1차전)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서울 서포터 ‘수호신’은 ‘2023시즌 평균 관중 1위 수호신, 이에 보답받는 건 4연속 하위스플릿?’, ‘경기장을 가득 채운 수호신들의 응원을 절규로 만들지 말라’는 비판 걸개를 내걸었다.

서울은 파이널 라운드에 돌입하기 전 1부 잔류를 확정지은 상태다. 반면 강원은 11위로 2부 강등 위기에 몰려 ‘동기부여’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김진규 대행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프로가 동기부여가 왜 필요하냐. 돈 많이 벌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축구를 하지 않느냐. 팬 앞에서 이기면서 잘하는 모습 보이는 게 의무”라며 잔여 5경기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선 서울은 전반부터 볼 점유율을 높이며 강원을 몰아붙였으나 이렇다 할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서포터석에서는 “우~”하고 야유가 나왔다. 그러다가 후반 7분 나상호의 오른발 프리킥이 강원 수비벽에 맞고 굴절돼 선제골로 연결됐다. 그는 두 손을 모으며 사죄 세리머니를 펼쳤다.

서울의 기쁨도 잠시, 후반 31분 수비수 오스마르의 걷어내기 실책으로 강원 공격수 가브리엘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김 대행이 바란 모습은 이때부터다. 교체로 들어간 강성진이 오른쪽 측면을 개인 전술로 허물고 크로스했고, 박수일이 달려들어 헤더 슛을 시도했다. 공은 골대 맞고 나왔는데, 역시 교체 자원이던 베테랑 공격수 지동원이 투혼의 리바운드 헤더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장기간 부상에 시달린 그는 2년 2개월 만에 득점포를 가동, 서울의 2-1 신승을 이끌었다.

김 대행은 “동원이는 부상이 있었는데 스스로 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늘 투쟁심 있는 모습을 보이는데, 후배들이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동원도 득점 직후 두 손을 모으고 고개 숙이며 흐느껴졌다. 그는 “미안한 마음이 컸다. 포기하지 않은 나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부디 이 골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활이 간절한 대선배에겐 잔여 경기가 소중하다. 김 대행은 이런 기운이 전해져 팀이 목표 없이 방황하기를 바란다. 차기 시즌 비전을 되찾기를 갈망한다. 그는 “(파이널 라운드에서) 승점 11 이상 따내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상암벌엔 1만1648명의 관중이 찾았다. 40만 관중 달성은 시즌 마지막 홈경기(11월25일 수원 삼성전)에서 그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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