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중국)=강예진기자]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게 크죠.”
이철재(스포츠등급SH2·충북장애인사격연맹)은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사격 혼성 SH2 R9(50m 공기소총복사) 결선에서 합계 228.7점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은 대회 신기록을 세운 황씽(중국·238.6점)에게 돌아갔다. 은메달은 칸델왈 루드란쉬(인도네시아·238.3점)가 차지했다.
시상식 후 만난 이철재는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어서 너무 기쁘다. 아시아에서 큰 대회인데, 고생한 보람이 있음을 느끼고 있다. 아직 두 경기가 남았는데,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첫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수확한 첫 메달인데, 더욱 의미 있는 건 아내이자 로더인 강혜영(충북장애인사격연맹)씨가 함께한 메달이라는 것이다. 이철재의 스포츠등급인 SH2는 경추 장애인으로 선수를 대신해 실탄을 장전해주는 로더가 있다. 로더는 경기 운영을 원활하게 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데, 이철재는 아내인 강혜영씨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보조’로 비록 메달을 함께 받진 않지만, 누구보다 남편의 입상을 기뻐했다. 강혜영씨는 “고생 많이 했는데, 첫 경기서 메달을 따 너무 기쁘다. 다른 힘든 분들도 많을 텐데, 남편이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미소 지었다.
호흡과 심리 등 작은 부분에서 결과가 나뉘는 섬세한 종목인 만큼, 이철재에게 아내는 ‘안정감’ 그 자체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 이철재는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부분이 크다. 다른 로더와 호흡을 맞춰보지 않았지만, 가족이랑 하는 게 정말 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원래 사격을 하지 않았는데, 장애가 심하다 보니까 도움이 필요로 했다. 자연스럽게 아내와 함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혜영씨는 오히려 이철재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강 씨는 “마인드 면에서는 내가 더 도움을 받는 것 같다. 남편보다 내가 더 긴장하는 스타일이라, 의지 많이 한다”며 이철재를 바라봤다. 이에 이철재는 “그냥 네거 하라고, 집중하라고 이야기한다”며 웃었다.
이철재는 오는 25일 10m 공기소총 입사와 27일 복사에서 메달을 정조준한다. 그는 “목표는 메달이다. 색에 연연하지 않고 입상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박철(스포츠등급SH1·경기도장애인사격연맹)은 사격 남자 SH1 P1(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합계 152.7점으로 6위로 경기를 마감했다.
2008 베이징 패럴림픽 여자 10m공기권총 은메달리스트 문애경(스포츠등급SH1·경남장애인체육회)도 여자 SH1 P2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메달을 노렸지만 합계 169.2점, 5위로 경기를 마쳤다. kkang@sportsseoul.com